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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 깁슨 영화 '수난' 감독...예수 그리스도의 최후 12시간 영화화

사람은 몇번의 인생을 사는가. 어떤 이는 한 번 이상의 삶을 산다. 내 자신과 세상의 성공 만을 보고 달리다 보이지 않는 섭리와 힘을 인정할 때 살아온 궤적과 미래가 달라진다. 다른 인생이 펼쳐지는 순간이다. 배우 멜 깁슨도 그런 축복을 누리는 사람 중 하나다.

깁슨은 지난 4일부터 이탈리아 남부 바실리카타 지역에 머물며 영화 촬영에 몰두하고 있다. 영화 제목은 ‘수난’(Passion). 이 단어는 ‘열정‘이라는 뜻을 함께 갖고 있다. 제목이 던져주는 힌트 그대로 이 영화는 불꽃 같이 사역의 절정을 이룬 예수 그리스도의 마지막 12시간 동안의 수난을 조명하고 있다.

지난 8월 깁슨은 이 지역의 수 많은 동굴을 뒤지고 산비탈을 오르내리며 촬영 장소를 헌팅했다. 땡볕 아래서 몸을 돌보지 않고 몰두하는 모습을 보고 사람들은 혀를 내둘렀다. 이 지역을 선택한 이유도 거장 파올로 파솔리니가 감독한 성서 영화의 클래식 ‘마태복음’에 나오는 1세기 팔레스타인 지형과 가장 흡사하기 때문이다. 영화 ‘수난’은 바실리카타 지역의 마테라와 크라코에서 10주간 야외 촬영을 마치면 로마에서 세트 촬영과 스튜디오 작업에 들어간다.

깁슨은 기획부터 감독까지 이번 영화 제작 전 과정을 완전히 이끌고 있다. 심지어 시나리오까지 썼다. 물론 벤 피처럴드라는 극작가와 함께 썼지만 이번 영화에 쏟는 깁슨의 정성과 열정을 읽을 수 있다. 마지막 만찬과 겟세마네 동산에서의 기도, 그리고 십자가 처형 같은 기독교의 정수가 이 영화에 고스란히 녹아 든다.

이전 마틴 스콜세지 감독이 예수 역을 제안했을 때 깁슨은 ’자신이 너무 부끄러워‘ 고사한 적이 있었다. 이번에도 기획 단계에서 예수 역할을 맡을 배우를 놓고 고민하다 깁슨이 직접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대두됐다. 결국 그윽하면서도 압도적인 눈빛을 가진 배우 제임스 캐비즐이 캐스팅 됐다. 끝까지 예수 그리스도 곁을 떠나지 않고 결국에는 부활의 첫 증인이 되고마는 여자, 막달라 마리아를 모니카 벨루치가 열연하고 있다. 그녀를 포함해 그리스도 옆 십자가에 매달린 도적과 사탄 역 모두 이탈리아 배우다.

‘수난’에 퍼붓는 깁슨의 열정은 상상의 수준을 넘는다. 영화를 처음부터 끝까지 아람어와 라틴어로 촬영하고 있다. 예수 그리스도가 팔레스타인 지방에서 복음을 전하며 가난하고 약한 자들의 벗이 되었을 무렵 유대인들이 사용하던 언어가 아람어다. 학문을 배운 학자들의 언어는 헬라어(고대 그리스어)였고 정치·경제 분야에서는 제국의 중심 이탈리아의 라틴어가 통용됐다.

그리스도의 헌신과 당시 상황을 조금이라도 더 실감나게 표현하고픈 깁슨. 그의 정열은 아예 자막을 삽입하지 않고 아람어와 라틴어 그대로 영화를 상영하겠다는 고집으로 나타난다. 예수 수난의 현장감을 최대한으로 살리기 위해서다. 영화 장면 마다 시각적 메시지로 충분히 의사를 전달할 수 있을 만큼 농익은 영화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장면 만으로 내용을 이해시킬 수 없다면 자막을 넣어야죠.

아무도 죽어버린 그 두 언어를 듣고 싶지 않을 거예요. 내가 미쳤다고 할 지도 모르죠. 그런지도 모르고요. 그래도 자막은 최후의 수단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깁슨도 한때 전형적 헐리우드 스타의 찬란한( ) 길을 충실히 따른 적이 있다. 술과 여자를 갈아 치우기 바빴다. 세계적인 스타로 뜨게 해 준 ’치명적 무기‘(Lethal Weapon)부터 ’미친 맥스‘(Mad Max) 그리고 지난해 히트 친 ’브레이브허트‘(Braveheart)에 이르기까지 그의 영화 인생은 성공 곡선을 지켜 왔다.

그러나 방탕과 쾌락의 늪에 빠져 있을 시간에도 가슴 속에는 언제나 하나님의 대한 경외가 떠나지 않았다는 게 깁슨의 고백이다.

그리고 호주 시드니에서 자라며 주일학교에서 쌓인 신앙의 잔재가 이제 46세 중년의 나이에 그를 잡아 끈 것이다.어쨌거나 일곱 아이의 아버지고 22년 간 결혼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깁슨은 이혼과 배신이 판치는 헐리우드에서 이단아다.

가톨릭 신자인 그는 요즘 자신의 저택에서 미사를 거행하고 있다. 처음부터 끝까지 라틴어로 진행된다. 어린이 성추행 사건이 연이어 폭로돼 수치에 빠진 미국 가톨릭 교회를 향해 단호한 분노도 숨기지 않는다.

“아이들에 대한 최악의 범죄죠. 자신들에게 부여된 권위를 오용한 신부들을 엄중하게 처벌하면서 이 문제를 해결해야 된다고 봐요.” 그러나 신앙과 교회에 대한 그의 신뢰는 여전하다. “세상 모든 종교가 타락할 수 있어요. 오염시킨 사람들 때문에 교회와 교리를 전부 비난하는 것은 잘못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세상 부귀영화와 위락을 모두 맛본 세계적 스타가 불혹의 나이를 넘겨 회귀한 ’하나님의 품‘. 그 안에서 빚어질 열정의 영화 ’수난‘의 결과에 헐리우드는 물론 교회도 귀를 세우고 있다. “사후에 벼락을 맞으면 얼마나 무섭겠어요 ” 깁슨의 종교성 조크다.

유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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