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운 남녀의 사랑…어둠 속 빛을 경험하는 영화
폴른 리브스
(Fallen Leaves)
![‘폴른리브스’는 2023 칸영화제 심사위원상 수상작이며 제96회 아카데미상 국제영화상 출품작이다. 무수한 실패를 거듭해온 두 남녀가 처음으로 사랑에 빠진다. [MUBI]](https://www.koreadaily.com/data/photo/202311/18/7dfa640b-b10a-4603-a788-846a957961ce.jpg)
‘폴른리브스’는 2023 칸영화제 심사위원상 수상작이며 제96회 아카데미상 국제영화상 출품작이다. 무수한 실패를 거듭해온 두 남녀가 처음으로 사랑에 빠진다. [MUBI]
자신들의 인생에 사랑이란 없다고 여기며 살아온 남자와 여자, 헬싱키의 밤거리를 거닐다 노래방에서 우연히 만납니다. 두 외로운 영혼은 서로에 대해 좋은 감정을 느낍니다. 그들은 우크라이나 침공 소식을 전하는 라디오가 세상과 소통하는 유일한 도구인 안사(알마 포위스티)와 우울한 일상을 술로 달래는 건설 노동자 홀라파(주시 바타넨)입니다.
실패라는 단어와 익숙한 그들의 삶에 사랑조차 포기하고 살아온 이 두 사람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서로에게서 은근히 사랑을 기대합니다. 안사는 얼른 이해가 가지 않는 홀라파의 무미건조한 유머에 웃음을 터뜨립니다. 자칭 터프가이처럼 행세하는 이 남자가 싫지 않습니다. 알코올 중독인 그는 술을 마셔대고, 그녀로부터 전화번호를 받지만 잃어버리고, 서로의 이름과 주소도 모른 채 헤어집니다. 안사는 그를 다시 보고 싶어합니다. 그러나 불의 사고로 두 사람의 재회는 지연됩니다.
이들의 조심스러운 로맨스는 몇 번의 우연과 몇 번의 불운을 거치지만 운명인 듯 만남을 이어갑니다. 한 걸음 한걸음 조심스러운 조금의 진전이 보입니다. 두 사람은 온갖 오해와 난관에도 사랑을 키워 나가려고 애씁니다. 필사적으로 탈출하고 싶은 삶을 살아온 두 주인공들의 사랑은 희극과 비극을 오갑니다.
핀란드 영화를 전세계적으로 알린 감독 아키 카우리스마키가 은퇴를 번복하고 이 작품으로 다시 돌아왔습니다. 올해 칸 영화제에서 초연되어 심사위원상을 수상했고 제96회 아카데미상 국제영화상에 출품됩니다. 카우리스마키의 영화를 처음 대하는 사람들은 그의 미니멀리즘에 다소 당황합니다. 너무나 현대의 감성과 동떨어져 있기 때문이죠.
81분이라는 짧은 상영 시간, 감독은 사회와 단절된 두 사람의 피곤한 삶을 아름다운 사랑으로 채색합니다. 건조한 유머, 비정한 현실, 정체성의 문제들은 카우리스마키의 인간을 향한 연민, 루저와 노동자들에 대한 애정을 표현하기 위한 도구들입니다.
해고가 일상인 블루칼라들의 우울한 로맨스, 해피 엔딩을 바라는 건 관객들입니다. ‘Autumn Leaves’로 더 잘 알려진 노래가 흐릅니다. 감독은 왜 영화 제목을 ‘Fallen Leaves’로 불렀을까요?
김정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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