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교회'에는 이야기가 있다…'스펙' 대신 '스토리'
나성세계로교회의 따뜻한 '한지붕 두 가족 이야기'50여 명의 한인교인…길거리의 소외된 이웃 품기로
다인종 공동체인 '히즈 웨이'…작지만 3년간의 열매
형식적 자선이 아닌, 출입 편안한 동네교회 되기로
LA지역 나성세계로교회(담임목사 임지석)는 한인 교인수가 50여 명 밖에 안 되는 작은 ‘동네 교회’다.
교인수, 건물, 프로그램 등 오늘날 교회 적 스펙으로만 본다면 보잘 것 없다. 대신 이 교회에는 숨은 이야기가 있다. 한인 회중 외에 다인종으로 구성된 50여 명의 공동체가 또 하나 있다. 한 지붕 아래 두 가족 이야기다.
나성세계로교회 임지석 목사는 "우리 교회 같은 곳은 다른 교회들과 '스펙'으로 비교하면 초라할 만큼 상대도 되지 않는 교회"라며 "하지만 스펙 쌓기가 아닌 우리 교회만의 '스토리'를 쌓아가는 공동체가 되고자 했다"고 말했다.
임 목사와 50여 명의 한인 회중이 함께 만들어간 이야기는 3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작은 한인 교회가 특별한 다인종 예배인 '히즈 웨이(His way)'를 시작했다. 노숙자, 매춘부, 마약 중독자 등을 위해서였다. 그렇게 교회로 와서 변화된 영혼들이 지금은 또 다른 길거리의 사람들을 섬긴다.
◆한 영혼 위한 이야기
LA는 다인종, 다민족 사회다.
나성세계로교회는 작은 교회지만 'LA'라는 위치적 특성을 이용해 지역사회와 밀접한 교회가 되고자 했다. 한인끼리도 좋지만 다인종을 포함한 좀 더 넓은 의미의 이웃을 품고자 했다.
임지석 목사는 "목회에 대한 핵심가치와 교회의 존재성을 생각해보면 우리가 예수님 앞에 섰을 때 우리 교회에 대한 어떤 이야기를 할 수 있는지 고민했다"며 "비록 우리 교회가 화려하지는 않아도 예수님이 살아계셨다면 '한 영혼'을 위해 하셨을 일을 '우리도 해보자'라는 공감대가 교회 안에서 형성됐다"고 말했다.
그런 고민 속에 아무도 다가가지 않는 사각지대의 이웃을 위해 교회가 문을 열기로 했다. 오늘날 교회 분위기상 한인 교인이 모인 곳에 실제 마약중독자, 노숙자, 매춘부, 알코올중독자, 정신이상자 등이 자연스럽게 출입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지만 교인들이 흔쾌히 동의를 해줘서 가능한 일이었다.
물론 다인종을 위한 사역이다 보니 한인 교회로서 보이지 않는 언어의 장벽도 존재했지만, 임 목사의 아들인 벤자민 선교사(22)가 '입'이 되어 주었다.
벤자민씨는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등에서 4년간 선교사로 활동했었다.
임 목사는 "아들이 청소년 시절에 마약 딜러 등 방황을 오래 해서 본인이 하나님 앞에 치유 받는 과정을 겪어야 했다"며 "본인에게 그런 삶의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다시 사람들을 세워주는 일에 적극 나설 수 있었다"고 말했다.
◆금요예배부터 시작
2010년 4월. 나성세계로교회는 길거리의 다인종을 품기 위한 사역 '히즈 웨이(His Way)'를 처음으로 시작했다.
맨발로 뛰었다. 길거리를 다니며 노숙자, 매춘부, 마약 중독자 등에게 전도지를 나눠줬다. 그들에게 교회의 핵심인 '예수'를 알려야 했다. 그러려면 가장 먼저 그들이 교회에 대한 선입견을 버리고 아무 때나 편하게 교회에 출입할 수 있어야 했다.
일단 금요일 모임부터 자연스럽게 시작하기로 했다. 매주 금요일이 되면 그들을 교회로 초대해 따뜻한 음식을 제공하고, 대화하면서 관계를 쌓아 나갔다. 단순히 자선을 베풀고 끝내는 교회가 아니라, 얼마든지 자유롭게 출입할 수 있는 '교회 공동체'가 동네에도 있다는 인식을 심어주려 했다. 관심을 가져주고 교회와의 관계성이 생기면서 길거리의 사람들은 성경적 메시지를 듣고 예배를 드리는 형식에 조금씩 익숙해졌다.
임 목사는 "그들을 돌본다는 건 분명 쉬운 일은 아니었다. 마약 여파 때문에 갑자기 괴성을 지르거나 예배시간에 몰래 술을 마시는가 하면 예배당에서 소변을 보는 사람도 있었다"며 "하지만 그런 모습 가운데 그들이 안고 있는 내면의 상처를 보면서 달래기도 하고 끝까지 관심을 가져주니 작은 변화들이 생기더라"고 말했다.
◆길거리가 탄생시킨 리더들
길거리 사람들과 삶의 이야기를 나누고 성경을 배우면서 예배를 같이 만들어가기로 했다. 각 예배에 필요한 순서를 담당시키고 작은 일 등을 맡기며 책임감을 느끼게끔 하자 자연스레 '함께 만들어가는 예배'가 됐다.
금요일에 모인지 2년 만에 '일요일 예배'가 시작됐다. 매주 일요일 오후 5시는 이들의 공식 예배 시간이다. 현재 '히즈 웨이' 사역은 벤자민 선교사를 중심으로 10명의 리더 그룹이 있다. '히즈 웨이' 사역을 통해 과거의 상처가 회복되고 지금은 섬기는 사람으로 변화된 길거리의 평신도 리더들이다.
물론 나성세계로교회의 '히즈 웨이'가 '수적'으로 늘어난 것은 아니다. 재적 인원이라고 해봤자 겨우 50여 명 이다. 그 중 교회 예배에 정기적으로 출석하는 다인종 교인은 절반 정도다.
임 목사는 "오늘날 '부흥'의 의미로 보면 아주 작은 공동체겠지만 길거리의 사람들이 교회라는 공동체에 소속되어 복음을 듣고 예수를 따른다는 것은 우리에겐 최고의 기쁨"이라며 "한 영혼이 진정 예수의 사랑으로 변화되고 상처가 치유되며 복음을 깨달아 회심하는 그 모든 과정을 함께 한 '히즈 웨이' 사역은 우리 교회만의 특별한 이야기"라고 전했다.
◆한인 회중과 동반 사역
나성세계로교회는 한인 회중과 다인종 회중(히즈 웨이)으로 구성돼 있기 때문에 '한지붕 두 가족'으로 생활한다.
아직 다인종 공동체인 '히즈 웨이'가 자립할 만큼의 여건이 되지 않기 때문에 한인 공동체가 이들을 물심양면으로 돕는다. 우선 한인 교인들은 다인종 교인들과 정기 연합 예배, 침례식, 봉사활동 등을 함께한다.
'히즈 웨이'의 대표적 사역도 한인 교인들이 함께 돕는다. 현재 히즈 웨이 공동체는 매달 마지막 주 토요일이면 LA다운타운 스키드로 거리에서 300명분의 식료품 등을 전해주는 전도 사역을 펼치고 있다. 이 사역을 한인 교인들이 함께 도우며 같은 교회 교인으로서 '하나됨'을 실천하고 있다.
임 목사는 "다인종 공동체를 운영하는데 있어 물론 경제적으로 어려운 부분도 있지만 한인 회중들이 적극 이해하고 도와주신다"며 "1년에 단 '한 영혼'만이라도 변화시킬 수 있다면 그것이 우리 교회에 맡겨진 소명"이라고 말했다.
장열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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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네이션 해주세요.”
나성세계로교회(301 S·Havard Blvd)의 다인종 사역은 교회 확장 또는 교세 불리기가 아니다.
한 교회 안에서 50명 가량의 한인 미자립 공동체가 타인종을 위해 또 다른 미자립 공동체를 돕는 셈이다. 워낙 경제적으로나 시설 면에서 부족하다 보니 한 교회 안에 두 공동체를 운영하는 게 쉽지 않다. 게다가 길거리 사람들을 위한 사역이다 보니 필요한 물품은 많다. 현재 나성세계로교회는 기부를 받고 있다.
임 목사는 “이들의 옷을 세탁할 수 있는 세탁기나 음식 등을 제공할 수 있는 토스트 기계 등 도움이 될 수 있는 물건이 있다면 기부를 부탁한다”며 “히즈웨이 공동체가 지금은 미자립이지만 언젠간 하나의 독립된 교회가 될 수 있기를 소망한다”고 전했다. 의자, 테이블, 기타, 스피커 등 기부에는 제한이 없다. 안 쓰는 물건은 미자립교회에게는 얼마든지 귀한 살림이 될 수 있다.
▶문의: (213) 219-9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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