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의견 모아 백악관 가는 마크롱, 트럼프 설득할까
우크라 종전협상 참여 요구, 유럽 방위비 증액 부각 전망 피가로 "유럽, 그간 시간 낭비…만회 어려울 수"
우크라 종전협상 참여 요구, 유럽 방위비 증액 부각 전망
피가로 "유럽, 그간 시간 낭비…만회 어려울 수"
(파리=연합뉴스) 송진원 특파원 = '유럽 자강론'의 대표주자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종전 협상을 둘러싼 미국과 러시아의 '급가속'을 막기 위해 애쓰고 있다.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 17일(현지시간)과 19일 엘리제궁에 유럽 각국 정상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동맹국인 캐나다 총리를 초청해 우크라이나와 유럽의 안보 보장을 위한 의견을 수렴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유럽과 우크라이나를 배제하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단독으로 종전 협상에 시동을 걸자 유럽의 입장을 하나로 모아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달하기 위해서다.
이틀에 걸친 논의 결과 유럽의 통일된 메시지는 명확했다.
우크라이나의 지속적이고 견고한 평화를 위한 협상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선 협상 테이블에 당사국인 우크라이나가 반드시 참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우크라이나의 문제는 유럽 전체의 안보와 직결된 만큼 유럽 역시 미·러 협상에서 목소리 내길 원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으로 '변심'한 미국에 대서양 동맹의 취약성을 체감하게 된 유럽 정상들은 미국 없는 안보를 보장할 수 있어야 한다는 자강론에도 그 어느 때보다 공감했다. 이를 위해 국방비 지출을 늘리고 안보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는 데 뜻을 모았다.
마크롱 대통령은 유럽이 안보 비용을 더 부담해야 한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성 요구에 충분히 공감을 표시하면서 우크라이나 종전 과정에서 지분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프랑스 일간 르피가로는 20일 마크롱 대통령이 주도한 두 차례 파리회의를 통해 유럽의 통일된 입장이 나오긴 했으나 이 회의가 실질적인 성과를 낼 것인지, 아니면 단순한 선언에 그칠 것인지는 확실치 않다고 지적했다.
큰 틀에서 방향은 일치하지만, 서방군 파병 같은 구체적 문제엔 여전히 의견이 첨예하게 갈리는 탓에 향후 유럽의 내분이 발생할 수도 있다.
피가로는 유럽 국가들이 그동안 마크롱 대통령이 줄곧 주장한 유럽 자강론에 동조하기 시작했다고 평가하면서도 지난해 6월 의회 해산 이후 정치적 발언권이 약해진 데다 유럽 내 프랑스의 경제적 신뢰도가 떨어진 점 등은 외교 무대에서 약점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피가로는 유럽이 이미 많은 시간을 낭비해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미국과 '달리기 경쟁'에서 뒤처졌다고도 지적했다. 러시아 회유파와 강경파로 나뉘어 상황에 맞는 신속한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우크라이나에 반쪽 지원만 하며 러시아를 자극하지 않으려 했던 정책이 결국 상황을 악화시켰다고 피가로는 꼬집었다.
이런 낭비된 시간, 말에서 행동으로 옮기지 못한 시간 탓에 "푸틴의 언어와 방식을 택한 트럼프 앞에서 이를 만회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도 조심스레 예측했다.
향후 유럽의 협상 참여 여지는 내주 초 마크롱 대통령과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의 방미 회담 분위기에서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엘리제궁은 마크롱 대통령의 방미 일정에 대해 아직 공개 언급을 하지 않고 있으나,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전용기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조만간, 아마도 월요일(24)"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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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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