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푸틴, 중러 분열 노리는 트럼프 향해 "우린 찐친" 과시
美, 중국과 맞서려 러시아와 손잡는 '역(逆) 닉슨' 전략 추구 중러 정상, 美겨냥 "양국 관계 장기적…제3자·외부 영향 안 받아" 전문가들 "중러, 서로 필요로 해…러, 미국 상대 단기적 이익 추구"
美, 중국과 맞서려 러시아와 손잡는 '역(逆) 닉슨' 전략 추구
중러 정상, 美겨냥 "양국 관계 장기적…제3자·외부 영향 안 받아"
전문가들 "중러, 서로 필요로 해…러, 미국 상대 단기적 이익 추구"
(서울=연합뉴스) 권수현 기자 =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전화 통화를 두고 중러 관계에 균열을 내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향해 '퇴짜'를 놓은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對)중국 전략의 일환으로 중러 사이를 떨어뜨리고자 러시아와 급속도로 관계 개선을 시도하고 있지만, 시 주석과 푸틴 대통령은 굳건한 양국 관계를 과시하며 틈을 보이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 관영 중국중앙TV(CCTV)에 따르면 시 주석은 24일(현지시간) 푸틴 대통령과 통화하면서 "중국과 러시아는 떨어질 수 없는 좋은 이웃이자 아픔을 함께하고 서로 지원하며 함께 발전하는 진정한 친구"라고 말했다.
시 주석은 또한 중러 관계가 "제3자를 겨냥하지도, 어떠한 제3자의 영향을 받지도 않는다"며 "중러 양국의 발전 전략과 외교 정책은 장기적인 것"이라고 강조했다.
러시아 크렘린궁도 성명을 통해 푸틴 대통령이 시 주석과의 통화에서 양국 외교 관계가 세계 문제에서 가장 중요한 안정화 요인이며 "이는 본질적으로 전략적이며 외부 영향을 받지 않고 누군가를 겨냥하지 않는다"고 언급했다고 밝혔다.
양국 정상은 한 달여 사이 두 차례 통화하며 끈끈함을 자랑했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 직후인 지난달 21일에는 화상회담을 통해 전승절 행사에 서로를 초대했고, 러시아가 3년 전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날짜에 맞춰 이뤄진 두 번째 통화에선 관련 정세를 논의했다.
미국 등 서방 외신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의 앞선 대러시아 전략을 뒤집고 '러시아 편들기'에 나선 가운데 이번 중러 정상 간 통화가 이뤄진 데에 주목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2일 푸틴 대통령과 90분간 전격 통화하며 미러 교류 재개를 알린 이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독재자"라고 비난하고 종전 협상에서 우크라이나를 배제하는 등 러시아 입장에 힘을 싣고 있다.
뉴욕타임스(NYT)와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미국 매체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처럼 러시아에 '구애'하는 것을 두고 중국 견제에 집중하려는 '역(逆) 닉슨'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리처드 닉슨 전 미국 대통령은 냉전 시기인 1960년대 옛 소련과 중국 간의 관계 악화를 이용해 1972년 중국과 수교함으로써 소련을 견제했는데, 이번에는 미국에 더 큰 위협인 중국을 고립시키고자 러시아에 손을 내밀고 있다는 것이다.
NYT에 따르면 실제로 트럼프 행정부의 신임 당국자 중 일부는 미국이 중국을 상대하는 데에 군사력을 집중할 수 있도록 대러시아 방어벽 역할을 하는 유럽 주둔 미군 병력을 감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 키스 켈로그 미 대통령 우크라이나·러시아 특사는 최근 독일 뮌헨에서 열린 한 패널 토론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푸틴 대통령으로 하여금 북한·이란·중국과의 관계 단절을 포함한 "불편한 행동"을 하도록 "강요"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NYT는 그러나 시 주석과 푸틴 대통령이 이번 통화로 "양국 관계를 재확인했으며, 이는 중러 사이를 틀어지게 할 수 있다는 트럼프 행정부의 생각을 명백하게 거절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 CNN 방송도 "침공 3주년에 맞춰 이뤄진 이번 통화는 미-러의 관계 개선으로 중국과 러시아의 관계가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는 중국 측의 분명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고 전했다.
WSJ은 이번 통화가 푸틴 대통령이 미국과의 관계 개선 흐름 속에서 시 주석을 안심시키는 측면도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 입장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역 닉슨' 시나리오는 최악의 악몽으로, 최근 트럼프가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과 관련해 푸틴을 전폭 지원하는 것을 두고 중국 지도부에서 불안감이 커지고 있었는데 중국과의 협력이 절실한 러시아가 이를 불식시키려 했다는 것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서방이 잇따라 제재를 가하는 와중에도 중국은 러시아 원유를 사들이며 숨통을 틔워줬으며 러시아에 자동차, 전자제품, 농기계 등은 물론 드론용 엔진 등 무기에 쓰일 수 있는 부품·소재도 공급해왔다. 양국의 지난해 무역 규모는 2천440억달러(약 349조1천억원)를 넘으며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점 때문에 미국의 '역 닉슨' 전략에 회의를 표했다.
53년 전 중국과 옛 소련 관계가 최악이었던 것과 달리 중러 관계는 최고조에 달해 있고, 두 나라 모두 국내 정치 상황이 변할 가능성도 작다. 러시아는 자국 경제를 지탱하기 위해 중국의 도움이 필수적이고 중국은 우크라이나 종전 협상에서 '중재자' 역할을 하고자 한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양국 사이를 파고들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다.
WSJ은 전문가들을 인용, 중국과 러시아 사이가 멀어질 경우 중국보다는 러시아가 잃을 것이 훨씬 많다며 "러시아는 중국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가운데 미국의 제안을 통해 단기적 이익을 얻으려 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싱가포르 난양공대 공공정책 및 국제문제 과정의 뤄밍후이 교수는 싱가포르 연합조보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통화가 푸틴의 요청으로 이뤄졌지만 중국에도 똑같이 중요하다면서 "중국은 미-러 회담이 얼마나 빠르게 진행되는지 주목하고 있으며, 러시아-우크라이나 평화 논의 과정에 참여하기를 원한다. (이번 통화는) 중국이 향후 협상이나 전후 재건 과정에서 일정한 역할을 할 수도 있음을 보여준다"고 짚었다.
세르게이 라드첸코 미국 존스홉킨스대 국제관계대학원(SAIS) 교수는 중러 관계가 '전략적·지정학적 동조'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며 "그들은 모든 것에 의견이 일치하지는 않지만 둘 다 서로가 필요하다는 점을 알고 있다. 푸틴을 중국에 대항하기 위한 일종의 무기로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은 트럼프 행정부의 순진한 생각"이라고 NYT에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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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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