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켈, 20년 라이벌 총선 승리에 "문자로 축하"
메르켈, 20년 라이벌 총선 승리에 "문자로 축하"(베를린=연합뉴스) 김계연 특파원 = 앙겔라 메르켈 전 독일 총리가 연방의회 총선에서 승리한 기독민주당(CDU) 프리드리히 메르츠 대표에게 문자로 축하 인사를 건넸다고 현지 매체들이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메르켈 전 총리의 대변인은 언론 문의에 "어제(23일) 저녁 총리 후보에게 SMS로 축하 메시지를 보내 정부 구성에 성공하길 기원했다"고 밝혔다.
메르츠 대표는 이보다 앞서 기자회견에서 "아직 메르켈에게서 축하받지 못했다. 어젯밤 문자가 수백 통 왔기 때문에 내가 미처 못 봤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두 사람이 속한 중도보수 CDU와 자매정당 기독사회당(CSU) 연합은 지난 23일 총선에서 전체 630석 중 208석을 확보해 메르켈 전 총리 퇴임 이후 3년여 만에 정권 탈환을 눈앞에 뒀다.
메르켈 전 총리의 반응이 관심받은 이유는 CDU를 이끌며 16년간 재임한 전직 총리여서가 아니라 차기 총리로 유력한 메르츠 대표와 20년 넘게 당내 라이벌 관계이기 때문이다.
메르켈 전 총리는 CDU 대표로 2002년 총선을 치른 뒤 당시 메르츠 대표가 맡고 있던 CDU·CSU 원내대표 자리까지 차지하며 메르츠 대표를 사실상 축출했다. 당내 권력투쟁에서 밀린 메르츠 대표는 2009년 정계를 아예 떠나 야인생활을 했다.
두 사람은 지난해 9월 메르켈 전 총리의 70세 생일 파티 행사에서 오랜만에 만났으나 앙금은 풀리지 않았다. 메르켈 전 총리는 지난달 메르츠 대표가 극우 독일대안당(AfD)과 협력하지 않는다는 '방화벽' 원칙을 깼다며 이례적으로 개인 성명을 내 비판했다. 이달 초에는 언론사 주최 행사에 참석해 메르츠 대표와 녹색당 총리 후보 로베르트 하베크 중 누구를 지지하느냐는 질문에 망설이다가 "메르츠"라고 답했다.
2005∼2021년 재임한 메르켈 전 총리는 유럽 통합을 이끌고 독일을 확고한 경제 대국 지위에 올려놓았다는 칭송을 받았다. 그러나 퇴임 이후에는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과 함께 경제가 나락으로 떨어지고 난민을 대량으로 수용한 부작용이 나타나면서 책임론에 시달렸다.
현재 당내 주류는 메르켈 전 총리와 거리를 두는 분위기다. 메르츠 대표는 메르켈 총리 때 결정한 탈원전을 재검토하고 포용적 난민 정책도 대대적으로 손보겠다고 공약했다. 마르쿠스 죄더 CSU 대표는 BR방송 인터뷰에서 "메르켈 전 총리가 놀라운 업적을 남겼지만 난민 위기를 다루는 데 실수를 저질렀다. 당과 국민을 분열시키고 결과적으로 AfD가 부상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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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계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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