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러밀착에 흔들리는 나토…"마지막에 근접했을 수도" 경고음
저지대상 러시아와 미국 손잡으며 나토 핵심 집단방위에 의문 유럽 '미국 없는 자체 안보' 고민하지만 75년 의존 탈피 험로 예상
저지대상 러시아와 미국 손잡으며 나토 핵심 집단방위에 의문
유럽 '미국 없는 자체 안보' 고민하지만 75년 의존 탈피 험로 예상
(서울=연합뉴스) 백나리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러시아 밀착 행보에 속도를 내면서 전후 세계질서를 떠받쳐온 서방의 집단안보 체제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가 크게 흔들리고 있다.
당장 붕괴하지는 않더라도 나토의 핵심인 집단안보의 기반 자체가 상당히 침식될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 나온다. 유럽은 미국을 빼고 자체 안보를 모색하기 시작했으나 그간 미국 의존이 상당했던 터라 쉬운 일은 아니다.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3일(현지시간) "나토의 마지막 나날이 지나고 있는 것 아닌지 우려스럽다"는 제임스 스태브리디스 전 나토 최고사령관의 발언을 전했다.
퇴역 미 해군 제독인 그는 2009∼2013년 나토 최고사령관을 지냈다. 그는 "대서양 동맹이 당장 무너지지는 않을지 몰라도 나의 오랜 군 경력에 있어 이렇게 크게 삐걱거리는 소리는 들어본 적이 없다"고도 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러시아 밀착으로 촉발된 나토의 위기가 상당히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음을 시사하는 발언이다.
나토는 2차 세계대전 이후인 1949년 구소련의 세력 확산 저지를 위해 창설된 집단안보 체제다. 현재 미국과 캐나다, 유럽 각국 등 32개국이 회원국이다.
핵심은 집단방위 조항으로 불리는 나토 조약 5조다. 특정 회원국이 무력 공격을 받으면 전체 회원국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해 대응한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나토가 75년간 최대 위협으로 설정해온 러시아와 나토를 주도해온 미국이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명분으로 내세워 급속히 가까워지면서 러시아에 대항한 집단방위라는 나토의 기본 전제 자체가 크게 요동치는 실정이다.
지난달 28일 백악관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안전보장을 요구하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공개적으로 면박 주며 사실상 쫓아내다시피 한 사건은 대서양 동맹 및 나토의 지속 여부에 대한 근본적 의문에 기름을 부었다는 것이 대체적 분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7일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와의 공동 기자회견에서 나토 조약 5조에 대한 질문을 받고 "지지한다"는 입장을 표명했지만 유럽 동맹의 의구심은 증폭되는 분위기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6일 유럽연합(EU) 제품에 대한 25% 관세를 공언하면서 "EU는 미국을 뜯어먹으려고 생긴 조직"이라며 유럽 동맹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고스란히 노출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 역시 미국이 나토와 유엔에서 발을 빼야 한다는 X 게시물을 끌어와 "동의한다"는 글을 올리며 대서양 동맹을 축으로 유지돼 온 전후 질서 공격에 적극 가담하고 있다.
동맹을 압박하고 러시아 편을 드는 트럼프 행정부의 태세에 유럽은 불가피하게 자체적 안보 구축 방안을 고민하기 시작했지만 75년간 나토가 미국의 역량에 기댄 측면이 컸던 터라 짧은 시간 안에 '미국 없는 안보' 시스템을 마련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WSJ은 "유럽은 현대전을 가능하게 하는 시스템과 장비가 부족하며 우크라이나에서의 작전과 유럽의 자체 방어 모두에 있어 그렇다"면서 "미국이 오랫동안 그런 시스템을 통제하길 선호했고 유럽은 투자를 많이 하지 않았기에 유럽 나토 회원국에는 그런 역량이 없는 상태"라고 지적했다.
주세페 스파타포라 유럽연합안보연구소 연구원은 "트럼프가 유럽을 거래적으로 다루거나 발을 빼거나 혹은 둘 다 할 수 있고 (유럽은) 두 가지에 다 대비해야 한다"면서 미국의 공백을 어떻게 메울지에 대해 당장 논의가 이뤄지고 조치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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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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