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통합 상징' 보라색 넥타이 매고 분열의 연설
'젤렌스키 정장 논란' 속 머스크도 이례적 정장·푸른 넥타이 연설 중 120차례 박수…민주, 분홍 옷·비웃음·피켓으로 저항
'젤렌스키 정장 논란' 속 머스크도 이례적 정장·푸른 넥타이
연설 중 120차례 박수…민주, 분홍 옷·비웃음·피켓으로 저항
(서울=연합뉴스) 고동욱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연방 의회에서 집권 2기 첫 의회 연설을 하면서 선택한 넥타이는 보라색이었다.
미국 정치권에서 보라색은 공화당을 상징하는 붉은색과 민주당을 상징하는 푸른색을 섞을 때 나오는 색이어서 초당적 색으로 불린다.
집권 2기 입법부와의 관계를 설정하는 첫 의회 연설인 만큼 국정 과제에 협조를 요청하는 통합의 메시지로 해석될 수 있는 차림이었던 셈이다.
그러나 미국 언론에서 정작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 내용은 역대 어느 대통령보다도 당파적이고 분열적이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대선 승리와 현 정부 정책에 대한 자화자찬, 조 바이든 전 대통령에 대한 비난으로 점철됐다는 것이다.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트럼프 대통령이 보라색 넥타이를 매고 의사당에 들어감으로써 명백하게 정치적 통합을 시도했지만, 초당적 협력은 거기까지였다"고 꼬집었다.
민주당은 다양한 방식으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반감을 표시했다.
여성 의원들은 반 트럼프 운동을 상징하는 색깔인 분홍 재킷을 입었다.
질 토쿠다(하와이) 하원의원은 분홍 재킷에 미국 연방헌법 문구를 적고 나타나기도 했다.
맥스웰 프로스트(플로리다) 하원의원은 "이곳에는 왕이 살지 않는다"는 문구가 적힌 티셔츠를 입었다.
부정선거 음모론을 상징하는 구호 '도둑질을 멈춰라'(Stop the Steal)를 차용, 정부효율부(DOGE)를 이끄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를 겨냥한 '머스크가 훔쳐간다'(Musk Steals)는 피켓을 든 의원들도 있었다.
다만 워싱턴포스트(WP)는 민주당의 어떤 구호나 항의보다도 가장 효과적이었던 것은 진위를 확인할 수 없는 주장이 나올 때마다 터진 '비웃음'이었다고 촌평했다.
일례로 트럼프 대통령이 "선출되지 않은 관료들의 시대는 갔다"고 발언하자 웃음이 터졌는데, 이는 명백히 머스크를 연상시켰다고 WP는 전했다.
반면 공화당은 박수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지지 의사를 표현했다. 미 공영방송 NPR은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 중 약 120차례의 박수가 나왔다고 집계했다.
공화당 소속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은 연설을 앞두고 "나는 연설문을 찢지 않을 것"이라며 "대신 금박 액자에 보관하겠다"고 말했다.
2020년 트럼프 대통령의 1기 마지막 국정연설 당시 민주당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이 얼굴을 찌푸리며 연설문을 찢은 일을 겨냥한 것이다.
한편 이날 연설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부인 멜라니아 여사가 진행하는 '미래 육성 이니셔티브' 사업을 치켜세우기도 했다.
명품 브랜드 디올의 회색 스커트 정장을 입고 의회를 찾은 멜라니아 여사는 트럼프 대통령의 칭찬에 감사의 표시를 해 보였다.
일론 머스크는 검은색 양복에 파란색 넥타이를 매고 의회에 참석했다.
평소 정장 차림을 즐기지 않는 머스크의 옷차림은 최근 트럼프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백악관 설전'과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 나온다.
당시 트럼프 지지자들 사이에서 설전의 원인으로 젤렌스키 대통령의 옷차림이 무례했다는 지적이 나오자, 머스크 주로 티셔츠 차림으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난다는 반박이 나왔다.
미국 대통령들은 대체로 취임 첫해에는 공식 국정연설은 하지 않고 상·하원 합동회의 연설 형식을 취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1기에도 취임 첫해인 2017년엔 상·하원 합동회의 연설을 했고 첫 공식 국정연설은 취임 이듬해인 2018년 2월에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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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동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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