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방어하랴 유동성 공급하랴…"아시아 중앙은행들 진퇴양난"
트럼프 관세로 불확실성 커져…'제2 플라자 합의' 가능성도 주목
트럼프 관세로 불확실성 커져…'제2 플라자 합의' 가능성도 주목
(서울=연합뉴스) 차병섭 기자 = 아시아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강달러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국내 은행 간 금리가 오르면서 진퇴양난에 처해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블룸버그통신은 9일(현지시간) 한 국가가 독자적 통화정책, 환율 안정, 자유로운 자본 이동 등 3가지를 동시에 달성할 수 없다는 이른바 '불가능한 삼위일체'(Impossible Trinity) 이론을 바탕으로 아시아 중앙은행들이 직면한 어려움을 조명했다.
중국과 인도 등은 공식적인 외환보유고뿐만 아니라 불투명한 파생상품 거래 등을 이용해 강달러 속에 자국 통화 가치를 방어하고 있는데, 경기 둔화로 유동성 공급이 필요한 상황에서 은행 간 금리가 오르고 있다는 것이다.
은행 간 금리 상승은 시중 유동성이 부족하다는 신호로, 이 경우 은행들이 대출을 망설이면서 경제 성장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중국의 1일물 레포(환매조건부채권) 금리는 주로 1%대에서 머무는 경우가 많은데, 지난달 20일 일시적으로 2.34%까지 치솟았다.
인도에서는 올해 초에 은행권 유동성이 적어도 14년 만에 최대로 줄어들었고 1일물 레포 금리도 뛰어올랐다. 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도 중앙은행의 외환시장 개입 이후 유동성 부족을 겪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로베코자산운용의 필립 맥니컬러스 전략가는 "불가능한 삼위일체론에 따르면 중앙은행이 자본 제도를 바꾸지 않은 상태에서 통화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려 하면 금리가 조정 메커니즘이 되어야 한다"면서 "이는 은행 간 단기금융시장에서 우선 나타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투자 측면에서 보면 통화가치 하락을 용인할 경우 외국인이 보유한 국내 주식·채권 평가액이 내려가게 되고, 통화가치를 안정시키는 대신 경제성장을 희생할 경우 전체적인 투자가 부진해질 수 있다.
인도 중앙은행은 환율 방어에 따른 유동성 부족을 막기 위해 이달 말까지 채권 매입 등을 통해 금융시스템에 215억 달러(약 31조원)를 주입하겠다고 지난 5일 발표하기도 했다.
중국 인민은행은 아직 유동성 공급에 신중한 입장이지만, 중국 정부가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치로 비교적 높은 '5% 안팎'을 제시한 만큼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완화적 통화정책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정책으로 시장 불확실성이 커진 가운데, 각국 중앙은행이 하루는 환율 방어에 나섰다가 다음날에는 유동성 압박을 완화해주는 등 '두더지 잡기'식 대처에 나설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약달러 정책을 펼칠 경우 아시아 통화당국 입장에서는 그렇게 나쁘지만은 않을 수 있다고 블룸버그는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약달러를 선호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스티븐 미런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CEA) 위원장 지명자는 강달러에 따른 비용을 지적한 바 있다.
시장에서는 로널드 레이건 행정부 시절의 '플라자 합의'와 유사하게 트럼프 행정부가 약달러를 만들기 위해 주요국들과 이른바 '마러라고 합의'를 맺을 가능성도 거론하고 있다. 미국은 1985년 일본, 프랑스, 독일, 영국 등과 '플라자 합의'를 통해 인위적으로 달러 가치를 절하시켜 무역수지 적자를 줄인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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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병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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