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미야 도쿄대 교수 "한일은 이제 대칭관계…협력 중요성 커져"
정년퇴임 맞아 마지막 강의…"韓, 정권교체로 경제정책 등 적절히 전환"
정년퇴임 맞아 마지막 강의…"韓, 정권교체로 경제정책 등 적절히 전환"
(도쿄=연합뉴스) 박상현 특파원 = 일본 내에서 손꼽히는 한반도 전문가인 기미야 다다시 도쿄대 대학원 교수가 11일 미국과 중국의 대립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경쟁 관계인 한국과 일본의 협력 중요성이 더욱 커졌다고 강조했다.
기미야 교수는 정년퇴임을 맞아 이날 도쿄대 고마바 캠퍼스에서 '나의 한반도 연구 궤적'을 주제로 한 강연에서 그간의 연구 활동을 회고하고 한일관계에 대해 이같이 제언했다.
그는 한일관계가 경제 협력 등을 통해 '비대칭·상호보완'에서 '대칭·상호경쟁'으로 극적으로 변했다고 분석했다.
이어 양국 관계가 대등해지면서 기존에는 주로 한국에서 제기됐던 역사 문제가 지금은 일본에서도 대항하듯 쟁점화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기미야 교수는 '미·중 신냉전' 상황에서 이들 나라 사이에 있는 한국, 일본, 북한의 선택이 21세기에 더욱 중대한 의미를 띠게 됐다면서 "일본과 한국 관계가 비대칭에서 대칭으로 바뀐 만큼 양국이 협력할 것인가, 아니면 괴리를 보일 것인가라는 선택의 중요성이 커졌다"고 역설했다.
그는 한국이 북한과의 체제 경쟁에서 승리하고 민주화와 산업화를 이룬 요인 중에는 정치의 역동성도 있다고 주장했다.
기미야 교수는 "권위주의 체제에서 일관되게 정책을 시행한 것뿐만 아니라 정치 변동에 수반하는 적절한 정책 전환이라는 계기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민주화 이후 보수에서 진보로, 진보에서 보수로 정권 교체가 일어나면서 경제 정책, 외교·안보 정책에서 적절하고 필요한 전환이 이뤄졌다"고 말했다.
이어 "빈번한 정권 교체는 일관성을 저해하는 측면도 있고 외교 정책의 연속성이 사라져 혼란이 발생하는 폐해가 있다는 점을 부정할 수는 없다"면서도 정권 교체는 한국이 명실공히 민주주의 국가가 됐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집권 자민당이 사실상 독주해 온 일본 정치를 보면 한국 정치와 민주주의가 부럽다는 생각도 들었다고 고백했다.
기미야 교수는 문재인 전 대통령이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했지만, 윤석열 대통령은 이러한 외교 정책과 결별하고 한미 동맹 강화와 한미일 안보 협력 제도화를 추진했다고 말했다.
또 윤 대통령이 일제강점기 징용 피해자에 대한 배상 등 역사 문제를 한국 주도로 해결하는 것을 선택했다면서 "그 결과 일한 정부 간 관계는 극적으로 개선됐다"고 평가했다.
기미야 교수는 윤석열 정부의 대일 정책에 대해 한국 야당이 '일방적 양보'라고 비판하는 가운데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해 한국이 탄핵 정국으로 들어섰고, 헌법재판소는 탄핵 소추를 인용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는 윤 대통령 파면으로 조기 대선이 치러져 정권이 교체되면 한국 외교에도 중대한 변화가 있을지 여부 등이 여전히 불투명하다면서 "이러한 변화는 일한관계에도 동요를 수반한 변화로 귀결될지 모른다"고 전망했다.
도쿄대를 졸업하고 고려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기미야 교수는 '박정희 정부의 선택', '한일관계사' 등의 책을 썼다. 이날 강의에는 한반도 문제를 연구하는 일본 학자와 주일 한국대사관 관계자 등도 참석했다.
[email protected]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박상현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