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혜란의 쇼미더컬처] 폭싹 속았수다, 전후세대 어르신들

![1960년 제주를 시작으로 70년 세월을 담는 16부작 ‘폭싹 속았수다’에서 주인공 관식(박보검)과 애순(아이유). [사진 넷플릭스]](https://www.koreadaily.com/data/photo/2025/03/14/bca92bf0-2adf-4f6b-bfa0-4f435fea3d3c.jpg)
지금 보면 쓴웃음이 난다. ‘폭싹 속았수다’에서 반장선거 투표 결과를 뒤집는 담임교사의 책상엔 3·15 부정선거를 보도하는 신문이 펼쳐져 있다. 미니스커트가 경찰의 단속대상이고 통행금지 사이렌과 함께 ‘부녀자 가출 방지기간’ 플래카드가 나부끼던 시절이다. 학교를 마치는 게 소원이지만 현실은 ‘공순이’가 되거나 식모살이하며 가족 부양을 해야 했다. “부산 인심 쥑임니더” 하면서 실제론 등쳐 먹는 일이 다반사였다. 1인당 GDP가 1만 달러를 돌파한 1995년 이후 ‘선진국’에서 태어난 젊은 세대의 눈엔 일제강점기만큼이나 낯선 옛날일 거다. 그렇게들 좌충우돌하면서 미래를 꿈꿨다. 민주주의만 피를 먹고 자라는 게 아니라 경제발전도 피땀을 먹고 자랐다.
최근 읽은 『여사장의 탄생』(김미선 지음)에선 정년이 같고 애순이 같은 여성들이 경제 주체로 거듭나게 된 과정을 되짚는데, 결정적 계기가 한국전쟁이었다. 전쟁터로 떠난 남성을 대신해 여성들은 생계 전선에서 싸워야 했다. ‘기 센, 드센, 나대는’ 같은 소리 들어가며 자식에게만은 빈곤 대신 풍요를 물려주려 했다. 그런데도 금명이(아이유, 1인 2역)는 “엄마가 회사 생활에 대해 뭘 안다고 그래”라며 못 배운 사람 취급한다. 미국 젊은이들이 ‘꼰대’라는 의미로 베이비부머를 줄인 ‘부머(boomer)’를 쓴다는데, 전후세대를 그렇게 단편화하기엔 우리가 빚진 게 많다. 드라마 한 편으로 세대 통합을 이룰 순 없겠지만, 늦기 전에 들려드려야 할 말이다. “폭싹 속았수다(매우 수고하셨습니다).”
강혜란([email protected])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