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하석의 과학하는 마음] 트럼프는 왜 과학자를 미워하는가

현재 그 충격의 진원지는 미국 연방정부 보건사회부에 소속된 국립보건원(NIH)이다. NIH는 그 산하에 27개의 연구소를 거느린 방대한 조직인데 그 자체에서 많은 연구를 할뿐더러 여러 대학교 및 다른 기관에서 이루어지는 각종 의학 연구, 또 의학과 관련된 생리학과 생물학 연구를 광범위하게 지원하고 있다. NIH의 예산은 1년에 약 500억 달러에 달한다. NIH는 미국 국립과학재단(NSF)과 함께 미국 과학을 뒷받침해주는 가장 중요한 기관으로 큰 역할을 해 왔다.
국립보건원 예산 삭감 선언
간접비 줄이면 프로젝트 적자
데모 허용 대학 연구비도 도마
지지층의 지식 혐오 반영인 듯
간접비 줄이면 프로젝트 적자
데모 허용 대학 연구비도 도마
지지층의 지식 혐오 반영인 듯
이미 승인된 연구비도 취소
![이달 초 미국 시카고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과학 정책과 연방 정부 감축에 항의하는 집회가 열렸다. [AP=연합뉴스]](https://www.koreadaily.com/data/photo/2025/03/24/b04db1f0-d9e5-4c27-9ae3-c659cf6ef196.jpg)

트럼프와 그 주변 인물들이 왜 이렇게 과학을 적대시하는지는 언뜻 잘 이해되지 않는다. 정치 지도자들이 다 그렇지만 트럼프는 경제를 살리고 보통 사람들의 생활을 개선하겠다고 나섰는데, 왜 기술 발전의 근원이 되는 과학 연구와 삶의 질을 높여주는 의학 연구를 권장하지 않고 도리어 막으려는 것일까. 트럼프 배후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며 정부 기관 축소를 주도하고 있는 머스크도 첨단 과학을 응용한 여러 가지 기술을 팔아먹는 장사를 해서 세계 제일의 부자가 된 사람이 아닌가. 그럼에도 정부에서 과학 연구를 지원하지 않겠다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정치 무관심 이공계 깨어나야
첫째로 트럼프는 대통령의 권력은 확대하되 연방 정부라는 기관 자체는 축소하겠다는 계획이다. 연방 정부에서 다른 곳에 주는 지원을 중단하는 것도 그 일환이다. 정부 기관의 감소는 단순히 모든 예산을 절약하겠다는 것이 아니다. 정치적으로 자기들의 마음에 들지 않는 기구는 아예 없애 버리겠다는 태도이다. 이미 미국 국제개발처(USAID)는 날벼락을 맞았으며, 교육부도 문을 닫겠다고 벼르고 있다. 이런 부처들은 진보적 정책들을 시행해 왔다는 이유로 미움을 받고 있었다. 최근에 불거져 나온 문제는 특정 대학교에 주는 연구비 지원이다. 하마스와 전쟁을 벌이는 이스라엘에 항의하는 학생 데모를 허용했다는 이유로 콜롬비아 대학에 주는 연방정부 자금 4억 달러를 취소하겠다는 협박을 하고 있으며, 다른 대학들도 긴장하고 있다.
트럼프 지지층이 감정적 차원에서 지식인을 싫어하는 점도 있다. 무슨 분야가 되었든지 아는 척하고 잘난 척하는 학자들을 증오한다. 대학교에는 이런 자들이 모여서 세력을 형성하고, 특히 좌파 지식인들이 젊은이들을 세뇌한다는 망상적 음모론이 많이 퍼져 있다. 게다가 자기들이 싫어하는 에너지 정책이나 공중보건 정책을 과학자들이 민중에게 강요했다는 이유로 과학을 배척하는 풍조가 코로나 위기를 거치면서 더 심해졌다. 누가 과학적 사실을 강조하면, 그들은 자기들만의 다른 사실이 있다고 반박한다. 20세기 후반부터 세계 과학의 메카로 여겨져 온 미국. 필자도 거기에 매료되어 유학길에 올랐던 기억이 생생하다. 그 황금기는 이제 막을 내릴 위기에 처해 있다. 미국이 흔들리면 전 세계에 여파가 없을 수 없다. 대개 이공계 사람들은 정치에 관심들이 없지만 이제는 깨어나야만 한다.
장하석 케임브리지대 교수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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