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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하석의 과학하는 마음] 트럼프는 왜 과학자를 미워하는가

장하석 케임브리지대 교수
요즘 미국 과학계가 크게 술렁이고 있다. 트럼프 정권이 올해 다시 등장하면서 오랫동안 의심 없이 받아들여졌던 기본적 사회 질서가 흔들리고 있는데, 과학자들도 위협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연방 정부에서 나오는 연구비 지원이 많이 삭감되고 있으며, 특히 대학교에 주어지는 프로젝트들이 영향을 받고 있다.

현재 그 충격의 진원지는 미국 연방정부 보건사회부에 소속된 국립보건원(NIH)이다. NIH는 그 산하에 27개의 연구소를 거느린 방대한 조직인데 그 자체에서 많은 연구를 할뿐더러 여러 대학교 및 다른 기관에서 이루어지는 각종 의학 연구, 또 의학과 관련된 생리학과 생물학 연구를 광범위하게 지원하고 있다. NIH의 예산은 1년에 약 500억 달러에 달한다. NIH는 미국 국립과학재단(NSF)과 함께 미국 과학을 뒷받침해주는 가장 중요한 기관으로 큰 역할을 해 왔다.

국립보건원 예산 삭감 선언
간접비 줄이면 프로젝트 적자
데모 허용 대학 연구비도 도마
지지층의 지식 혐오 반영인 듯

이미 승인된 연구비도 취소
이달 초 미국 시카고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과학 정책과 연방 정부 감축에 항의하는 집회가 열렸다. [AP=연합뉴스]
그런데 현재 트럼프 정권은 NIH와 NSF 예산을 대폭 삭감하겠다고 선언하고 있다. 게다가 앞으로 점차 예산을 줄이겠다는 것이 아니라 이미 승인된 연구비도 취소하겠다는 취지이다. 연구비가 갑자기 끊어지게 되면 진행 중인 많은 연구가 중단될 뿐 아니라 프로젝트에 소속된 과학자들은 실업자로 전락한다. 지난달에 발표되어 큰 논란을 일으킨 정책은, NIH에서 주는 프로젝트에 따라 나오는 간접비(overhead)를 대폭 삭감하겠다는 것이다. 이것은 일반인들에게는 생소하겠지만 중요한 문제이다. NIH나 또 다른 정부 기관에서 대학교나 연구소에서 이루어지는 어떤 연구를 지원할 때, 그 프로젝트에 직접 들어가는 비용도 물론 있지만, 그러한 작업에 간접적으로 들어가는 여러 비용을 고려한 간접비 지원도 포함한다. 직접 들어가는 비용이라 하면 예를 들어 실험 기구와 자료를 구입하거나 연구원을 고용하는 비용, 또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러 국제 학회에 참석하는 데 필요한 비용까지도 포함된다. 돈 들어가는 것은 거기서 끝나지 않는다. 실험실을 운영하려면 전깃불도 켜고 냉난방도 하고 청소도 해야 한다. 연구자를 고용하고 뒷받침하려면 사무직 직원들도 있어야 한다. 일하는 사람들이 휴식할 공간도 마련해 주어야 하고 화장실도 있어야 한다. 간접비 없이 대학이나 연구소에서 연구 프로젝트를 운영한다면 큰 적자가 나는 일이 된다.

김지윤 기자
트럼프는 취임 후 한 달도 되기 전에 NIH는 간접비를 직접비의 15%를 상한으로 제한하겠다고 선언하였다. 그러니까 직접비 100만 달러가 들어가는 연구 프로젝트라면 거기에 추가로 주는 간접비를 15만 달러 이하로 하겠다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간접비 비율이 평균 30%가량 되었으므로 비용 절감은 확실하다. 거기에 발끈한 여러 대학과 다른 기관들은 이렇게 갑자기 간접비를 빼 버리는 것은 불법이라고 고소하였고, 법원에서는 거기에 동의하는 판결이 나와서 간접비 감소 정책은 일단 중지되었으나 장기적으로 어떤 결판이 날지는 대단히 불확실하다.

트럼프와 그 주변 인물들이 왜 이렇게 과학을 적대시하는지는 언뜻 잘 이해되지 않는다. 정치 지도자들이 다 그렇지만 트럼프는 경제를 살리고 보통 사람들의 생활을 개선하겠다고 나섰는데, 왜 기술 발전의 근원이 되는 과학 연구와 삶의 질을 높여주는 의학 연구를 권장하지 않고 도리어 막으려는 것일까. 트럼프 배후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며 정부 기관 축소를 주도하고 있는 머스크도 첨단 과학을 응용한 여러 가지 기술을 팔아먹는 장사를 해서 세계 제일의 부자가 된 사람이 아닌가. 그럼에도 정부에서 과학 연구를 지원하지 않겠다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정치 무관심 이공계 깨어나야
첫째로 트럼프는 대통령의 권력은 확대하되 연방 정부라는 기관 자체는 축소하겠다는 계획이다. 연방 정부에서 다른 곳에 주는 지원을 중단하는 것도 그 일환이다. 정부 기관의 감소는 단순히 모든 예산을 절약하겠다는 것이 아니다. 정치적으로 자기들의 마음에 들지 않는 기구는 아예 없애 버리겠다는 태도이다. 이미 미국 국제개발처(USAID)는 날벼락을 맞았으며, 교육부도 문을 닫겠다고 벼르고 있다. 이런 부처들은 진보적 정책들을 시행해 왔다는 이유로 미움을 받고 있었다. 최근에 불거져 나온 문제는 특정 대학교에 주는 연구비 지원이다. 하마스와 전쟁을 벌이는 이스라엘에 항의하는 학생 데모를 허용했다는 이유로 콜롬비아 대학에 주는 연방정부 자금 4억 달러를 취소하겠다는 협박을 하고 있으며, 다른 대학들도 긴장하고 있다.

트럼프 지지층이 감정적 차원에서 지식인을 싫어하는 점도 있다. 무슨 분야가 되었든지 아는 척하고 잘난 척하는 학자들을 증오한다. 대학교에는 이런 자들이 모여서 세력을 형성하고, 특히 좌파 지식인들이 젊은이들을 세뇌한다는 망상적 음모론이 많이 퍼져 있다. 게다가 자기들이 싫어하는 에너지 정책이나 공중보건 정책을 과학자들이 민중에게 강요했다는 이유로 과학을 배척하는 풍조가 코로나 위기를 거치면서 더 심해졌다. 누가 과학적 사실을 강조하면, 그들은 자기들만의 다른 사실이 있다고 반박한다. 20세기 후반부터 세계 과학의 메카로 여겨져 온 미국. 필자도 거기에 매료되어 유학길에 올랐던 기억이 생생하다. 그 황금기는 이제 막을 내릴 위기에 처해 있다. 미국이 흔들리면 전 세계에 여파가 없을 수 없다. 대개 이공계 사람들은 정치에 관심들이 없지만 이제는 깨어나야만 한다.

장하석 케임브리지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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