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헌재 결정 아전인수식 해석으로 혼란 부추기지 말아야

기각·각하·인용 의견이 모두 포함돼 법리가 복잡하고 혼란스러워 보이지만, 헌재 결정은 12·3 계엄 사태 이후 한국 사회를 갈등과 혼란에 빠트린 일부 쟁점을 교통정리했다는 의미가 있다. 우리 사회 모두가 승복하기로 약속한 민주공화국의 시스템이 작동한 결과물로 평가해야 한다.
헌재는 대통령 권한대행 탄핵소추의 정족수 문제에 대해 재판관 6명의 의견으로 대통령이 아닌 국무총리 탄핵 의결 정족수(151석)를 적용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한 총리의 탄핵소추 사유에 대해선 5명의 재판관이 4개의 탄핵소추 사유에 대해 “헌법 또는 법률 위반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한 권한대행이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은 데 대해 재판관 중 4명은 위법이라고 본 반면, 한 명은 위법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유일하게 인용 의견을 낸 재판관은 한 총리가 헌법재판관을 임명하지 않고 내란 상설 특검을 임명하지 않은 것이 파면시킬 만큼 중대한 법 위반이라고 봤다.
12·3 비상계엄의 위법성 여부에 대한 판단은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을 예측하는 가늠자가 된다는 점에서 관심이 컸지만, 포함되지 않았다. 헌재는 한 총리의 내란 묵인·방조와 관련해 “비상계엄 선포의 절차적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해 적극적 행위를 했다는 증거가 없다”고만 판시했다. 이 부분에 대한 판단은 40쪽의 결정문 중 한 쪽에 불과해 윤 대통령 사건과의 연결고리를 차단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어제 결정에 나타난 재판관의 성향과 법리를 근거로 다양한 추론은 할 수 있겠지만, 윤 대통령 파면 여부에 대한 결정과 연관지어 예단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아전인수식 해석으로 혼란과 반목만 부추기는 꼴이다. 어제 거리의 집회에선 그런 반응이 나타났다. 윤 대통령 탄핵 찬성 집회에선 “폭동을 일으키게 하려고 기각 선고를 했나”라는 비판이, 탄핵 반대 집회에선 “헌재를 더 압박해 대통령을 지키자”는 주장이 나왔다. 정치권도 예단과 확대해석으로 과격한 시위를 부추겨서는 안 된다. 곧 있을 윤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 선고에 우리 사회가 성숙하게 대응하기 위해서는 이번 헌재 결정을 차분하게 지켜보는 자세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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