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집이 불타 없어졌어"…닷새째 '활활' 울주산불 참상

지난밤 강한 바람을 타고 날았든 불꽃이 마을을 덮치면서 탄내가 짙게 깔렸다. 화마로 폐허가 된 집 앞에서 이윤연(76) 할머니가 눈물을 글썽였다. 할머니는 "어제 마을 방송으로 대피하라고 해서 귀중품만 챙겨 마을 외곽으로 피했다"며 "연기가 자욱해 집이 어찌 되는지 알지 못했는데…인제 보니 내 집만 불타 없어져 버렸다"고 울먹였다.
화장산 아래 언양읍내 주민들은 밤새 뜬눈으로 불길을 지켜봐야 했다. 60대 한 주민은 "산불이 우리 아파트 바로 앞 대나무 숲까지 다가왔고 이웃들과 소방호스를 끌어다 뿌리며 막아냈다"며 "밤새 바람이 불었고 다시 번질까 봐 잠을 제대로 못 잤다"고 손사래를 쳤다.
2차선 도로를 따라 화장산 뒤편으로 돌아가자, 사찰 '길상사' 자리가 쑥대밭이 돼 있었다. 사찰 지붕은 산불 열기로 엿가락처럼 휘었고, 법당은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만큼 불에 탔다. 산불 현장에서 한 경찰관은 "화장산 산불로 산 아래 울산양육원 85명 등 주민들을 긴급 대피시켰는데, 그때 사찰 스님이 한 분이 계셨다"면서 "다행히 빠른 대피로 다행히 큰 인명피해는 없는 것 같다"고 했다. 사찰 주지 스님은 불을 끄던 중 발목 골절을 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심순옥(79) 할머니는 "급히 불을 피해 나오다 보니 아무것도 못 챙겨 나왔다"며 "이게 뭐하는 짓인지, 언제나 불이 끝날지 모르겠다"고 불안해했다. 김모(57)씨는 "대피 중이어서 제사도 제때 못 지낸다"면서 "적십자에서 나눠준 옷을 받아 입어가면서 닷새째 대피 생활 중이다"고 하소연했다.
산림당국은 울주지역 산불 진화에 총력 대응 중이다. 다행히 25일 정오 화장산 뒤편에서 시작한 산불은 26일 오전 8시쯤 주불이 잡힌 상태다. 이 불은 20여 시간 강한 바람을 타고 63㏊를 태우고, 주택과 축사, 사찰 등 여러 채의 시설물을 잿더미로 만든 뒤 가라앉았다.
하지만 22일 불이 시작된 대운산 산불은 잔불이 수시로 되살아나면서 여전히 불기둥을 내뿜고 있다. 산림당국은 헬기 13대를 투입하고, 공무원과 군부대 등으로 이뤄진 진화인력 1200여명을 보내 주불 잡기에 애를 쓰고 있다. 26일 정오 기준 진화율은 78%. 피해 면적은 658㏊다. 305가구 317명의 주민이 대피 중이다.

김윤호([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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