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정착민에 집단린치당한 팔 영화감독 "온몸에 고통"
올해 오스카 다큐부문 수상 함단 발랄, 피습 뒤 체포됐다 하루만에 풀려나 서안서 폭력사건 증가…인권단체 "이스라엘 당국 대응 미온적"
올해 오스카 다큐부문 수상 함단 발랄, 피습 뒤 체포됐다 하루만에 풀려나
서안서 폭력사건 증가…인권단체 "이스라엘 당국 대응 미온적"
(서울=연합뉴스) 서혜림 기자 = "정말 두려웠습니다. 그들이 공격할 때 목숨을 잃는다고 생각했어요."
팔레스타인 영화감독 함단 발랄은 25일(현지시간) 미국 ABC 방송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전날 이스라엘 정착민들에게 집단 폭행을 당했을 때를 떠올리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공격은 정말 강했고 내 모든 곳에서 피가 흘렀다"며 "난 마음속 깊이 울고 있다. 온몸에서 고통을 느낀다"고 말했다.
발랄은 요르단강 서안에 거주하는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현실을 다룬 '노 아더 랜드'(No Other Land)로 올해 아카데미(오스카상) 장편 다큐멘터리상을 받은 영화감독이다.
그는 전날 서안에 있는 자택에서 이스라엘 정착민들에게 집단 구타를 당한 뒤 이스라엘군에 체포됐다가 하루 만에 풀려났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이스라엘인과 팔레스타인인이 충돌한 이번 폭력 사태가 여러 명의 '테러리스트'가 이스라엘인의 차량에 돌을 던지면서 촉발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서안에서 활동하는 인권 단체와 팔레스타인인들은 주민들이 마을 소유의 땅에 가축을 풀어 놓은 이스라엘 목동들을 쫓아내려 한 뒤에 충돌이 시작됐다고 말했다.
발랄 감독은 사건 당시 이스라엘 정착민들이 들이닥칠까 봐 집을 지키고 있었다고 했다.
그런데 갑자기 한 남자가 다가와 머리를 가격했고, 이스라엘 군인 두 명이 총을 겨눴다고 한다. 다만 이스라엘군은 이 구타 사건에 군인이 관여하지 않았다고 부인했다.
발랄 감독은 마구 폭행당한 뒤 이스라엘군에 연행돼 밤새 구금됐다. 군인들이 자신의 눈을 가린 채 여러 물건을 머리에 얹고 "이 사람은 오스카상을 수상한 영화감독"이라고 말하며 조롱했다고 한다.
이스라엘 경찰은 발랄을 포함한 팔레스타인인 3명을 상대로 돌을 던지고 재산상 손해를 입힌 혐의, 지역 치안을 위협한 혐의 등으로 신문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발랄은 "난 돌을 던지지 않았고 이스라엘 정착민에게 어떤 해를 가하지도 않았다"며 "정착민이 나를 공격하고 때렸다. 그게 전부"라면서 억울함을 호소했다.
경찰은 이 사건에 연루된 이스라엘 정착민 1명도 체포했다.
이번 사건은 서안지구에서 이스라엘 정착민들의 폭력행위가 늘어나는 가운데 발생했다.
특히 지난 2023년 10월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기습으로 가자지구 전쟁이 시작된 뒤 이 지역에서 정착민이 팔레스타인인 주민을 공격하는 사건이 더 잦아진 것으로 전해졌다.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에 따르면 지난해 발생한 정착민에 의한 폭력 사건은 1천건이 넘는다.
현지 인권단체들은 이스라엘 당국이 정착민들의 폭력에 미온적으로 대응한다고 비판한다.
팔레스타인 인권단체 '예쉬 딘'은 팔레스타인인을 겨냥한 이스라엘인의 폭력 사건에 대한 경찰 조사가 대부분 불기소로 종결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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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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