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성희의 문화참견] 뉴진스의 선택

법원 판결로 전속 해지 제동
외신 발언 대중 반발 자극
민희진 대신해 분쟁 당사자로
자기부정 통해 성장 동반돼야
외신 발언 대중 반발 자극
민희진 대신해 분쟁 당사자로
자기부정 통해 성장 동반돼야
![어도어와 전속계약 분쟁 중인 걸그룹 뉴진스. 1심 법원은 어도어의 손을 들어줬다. [뉴스1]](https://www.koreadaily.com/data/photo/2025/03/27/d1a34614-7090-4dad-90af-3c36fef91439.jpg)
애초 ‘하이브(방시혁) 대 민희진’의 구도에서 ‘어도어 대 뉴진스’ 구도로 바뀐 결정적인 계기는 뉴진스 멤버 하니의 국정감사 출석이었다. 버니즈가 여러 의원실에 ‘아이돌 인권 침해’를 제보했고, 국회 환노위가 이를 덥석 물었다. 국감장에 증인으로 나온 하니는 계열사 그룹 아일릿 매니저로부터 “무시해”라는 얘기를 들은 것 같다며 ‘직장 내 괴롭힘’ 피해를 호소했다. 울먹이는 하니의 얼굴에 스포트라이트가 터졌지만, 정작 뉴진스에 비하면 약자 중 약자인 아일릿 매니저의 인권이나, 정산도 못 받고 폭력의 피해자가 되기도 하는 중소기획사 아이돌의 인권 문제는 지워져 버렸다. “무시해” 발언만으로 국감장에 설 수 있다는 사실이 이들의 슈퍼 파워를 입증해줄 뿐이라는 냉소적 반응도 나왔다.
일방적인 계약 해지 선언 이후 뉴진스는 외신 등을 통한 K팝 산업 시스템에 대한 고발도 이어갔다. 해외에서 K팝은 놀라운 성취를 인정받지만 한편으로 미성년 아이돌에 대한 혹독한 훈육과 사생활 통제, 공장형 찍어내기 시스템 등 산업 전반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도 상당하다. 대개 근거 있는 지적이지만 일부는 K팝을 여전히 ‘국가 주도형 국책산업’이나 ‘착취적 비즈니스’로 깎아내리려는 편견이나 혐한 정서에 기초한 경우도 있다. 명백한 탬퍼링으로 밝혀진 피프티피프티 사태 때에도 일부 해외 팬덤은 끝까지 소속사를 악마화하며 전 멤버들을 옹호했었다.
법원 판결 이후 뉴진스는 미국 타임과의 단독 인터뷰를 통해 “법원 판결에 실망했다. 아마도 이게 한국의 현실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렇기에 변화와 성장이 필요하다고 믿는다. 한국이 우리를 혁명가로 만들려는 것 같기도 하다”고 말했다. “회사는 아티스트를 실재하는 인간으로 보지 않고 상품으로 바라본다”라고도 덧붙였다. 뉴욕타임스는 홍콩 공연 이후 “앞으로 뉴진스가 공연을 못 하게 되는 건 이해할 수도 없고 잔인한 일로 느껴진다”며 “불가능한 수준의 완벽을 요구하는 한국 연예계에서 뉴진스가 스스로 목소리를 낸 것은 대담한 행동”이라고 보도했다.
그러나 자신들이 패소한 사실이 K팝의 어둠이고 한국 사회의 현실이라는 발언은, K팝과 한국 사회를 동시에 깎아내리는, 자기중심적인 논점의 확장 아닐까. 뉴진스는 “가치와 인권을 지키기 위해” 계약해지 소송을 이어간다고 밝혔으나 그 가치와 인권이 무엇인지 잘 와 닿지 않는다는 이들이 많다.
K팝은 거대 자본과 기획 시스템을 동원해 매력적인 아이돌 상품을 만들어내는 비즈니스다. 선악의 대리전을 치르는 듯하지만 애초 방시혁·민희진 두 거물의 갈등은 선악으로 잘라 말할 수 없는 이해의 충돌이었다. K팝 시스템의 수혜자라고 그 시스템을 비판하지 말라는 법은 없지만, 혹독한 자기부정을 통한 성장이 동반돼야 한다. 과연 뉴진스가 그 단계로까지 나아갈 수 있을지, 아니면 두 거물의 싸움에 휘말려 스스로 날개를 꺾고 말지 아직은 미지수다.
양성희([email protected])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