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의 화가' 김인중 신부, 프랑스 고성 물들인다
3월 29일∼8월 말 스테인드글라스·회화 등 40여점 전시 "동서양 문화적 교류 계기 만들어…작품통해 위로받고 치유하길"
3월 29일∼8월 말 스테인드글라스·회화 등 40여점 전시
"동서양 문화적 교류 계기 만들어…작품통해 위로받고 치유하길"
(파리=연합뉴스) 송진원 특파원 = '빛의 화가'로 불리는 스테인드글라스 예술의 거장 김인중 신부의 작품들이 프랑스의 유서 깊은 고성에서 관객들을 만난다.
프랑스 샹보르성은 오는 29일(현지시간)부터 8월 말까지 김 신부의 작품들을 모아 '보이지 않는 색' 전시회를 연다.
김 신부의 손끝에서 탄생한 스테인드글라스와 도자기, 병풍, 회화 작품 등 40여점이 성 2층 약 900㎡ 공간에 전시된다.
전시회가 열리는 샹보르성은 고성들이 몰려 있는 루아르 지방의 대표적 명소다. 프랑수아 1세 때인 1519년 착공해 17세기 후반 루이 14세 때에 실질적 완공이 이뤄졌다.
르네상스와 중세 성곽 양식을 융합해 설계됐으며,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 이중 나선형 계단이 특징이다. 1840년 프랑스 역사기념물로 지정된 데 이어 1981년엔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샹보르성은 2011년부터 창작 실험실 역할을 하며 예술가와 작가들을 입주시켜 독창적인 전시회를 개최해 왔다. 스테인드글라스 전시회는 이번이 처음이다.
10여년 전 김 신부가 프랑스 샤르트르에 있는 국제스테인드글라스 센터에서 개인전을 열었을 당시 그의 작품을 본 샹보르성의 전 디렉터가 이번 전시회를 추천했다.
김 신부는 개막식에 앞서 26일 진행한 연합뉴스와 서면 인터뷰에서 "500여년의 역사를 지닌 아름답고 우아한 고성이자, 세계문화유산인 이곳에서 동서양의 문화적 교류의 계기를 만들었다는 데 대해 감사한 마음과 함께 한국인으로서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서울대 미대를 졸업한 김 신부는 스위스 프리부르대와 프랑스 파리 가톨릭대학에서 수학했다. 1974년 프랑스 도미니코수도회에서 사제 서품을 받은 후에는 수사 화가로 활동했다.
화려한 색채와 동양의 여백을 접목한 예술성과 공로를 인정받아 프랑스 문화예술공로훈장(오피시에)을 받았다. 프랑스 앙베르에 '김인중 미술관'도 있다.
김 신부는 자신의 영혼과 열정을 쏟은 작품들에 대해 "스테인드글라스는 빛을 받아들여 내부를 밝힐 수 있는 특성이 있다"며 "방문객들이 작품을 통해서 어둡고 우울한 마음에 희망과 위로를 얻고, 상처를 치유하길 바란다"고 기대했다.
김 신부는 2월 17일부터 샹보르성에 머물며 전시회를 준비했다.
이 과정에서 샹보르성의 수호성인인 성 루이(프랑스 왕 루이 9세)에게 헌정하는 유화 작품 3점을 제작했다. 이 가운데 한 작품(2.16×7m)은 이번 전시회에 출품하고 나머지 두 작품은 추후 한국에서 선보일 예정이다.
김 신부는 "성 루이는 자신의 왕국이 자기 능력으로 이뤄진 게 아니고 하늘이 주신 선물로 여겼을 만큼 종교와 정치를 조화시킨 위대한 성인"이라며 "이 시대에 요구되는 인물"이라고 추앙했다.
올해 85세에 접어든 김 신부는 "창작 욕구에 있어서는 시간을 초월할 수 있는 여유가 있다"며 앞으로도 "우리의 영혼을 반짝이게 할 수 있는 작품"을 만들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김 신부는 올가을 서울 서소문성지 역사박물관과 한국순교자박물관에서 동시 전시회를 열고 올겨울까지 벨기에 성당, 카이스트 캠퍼스 등에 스테인드글라스를 설치할 계획이다.
종교를 뛰어넘어 법정 스님 입적 15주기를 맞아 5월 출간되는 추모집에 수묵화 작품도 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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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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