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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 영정사진만 들고 나왔다"…집 타버린 소방관의 탄식

지난 25~26일 경북 의성에서 산불 진화 작업을 하고 있는 경북 영주소방서 소속 조영환(31) 소방교. 조 소방교는 이번 산불로 할머니가 홀로 거주하는 안동 고향 집이 불타는 일을 겪었다. 사진 조영환 소방교
의성에서 발생한 화재가 경북 곳곳으로 확산하면서 소방관도 고향 집이 불에 타는 등 피해를 보고 있다.

경북 영주소방서 가흥119안전센터에서 근무하는 조영환(31) 소방교는 지난 25일 오후 산불이 안동시 일직면 국곡리 쪽으로 향하자 고향 집을 찾았다. 혼자사는 85세 할머니가 걱정됐기 때문이다. 불행하게도 2층짜리 목조주택엔 오후 5시30분쯤 산에서 날아든 불씨가 옮겨붙었다. 조 소방교와 현직 소방관인 작은아버지 조상호 안동소방서 소방위가 가정용 소화기로 불길을 잡았지만, 이미 현관과 처마·화장실·실내 곳곳이 숯처럼 검게 변한 뒤였다.

조 소방교는 “소방관이 되기 1년 전인 2021년 2월에도 산불이 번져 할머니 댁 근처까지 왔다”며 “불이 붙었다 꺼졌다 반복하다 삽시간에 활활 타 할머니를 먼저 안전한 곳으로 모신 뒤 중학교 시절 돌아가신 할아버지 영정 사진을 들고 나왔다”고 말했다. 할머니 집에서 100여m 떨어진 조 소방교 부모의 황소 축사에도 불씨가 날아들어 일부를 태운 뒤 이튿날인 26일 오전 6시쯤 꺼졌다. 조 소방교 할머니가 거주하는 주택 말고도 국곡리 민가가 산불에 탔다.


지난 25일 산불이 번져 피해를 당한 경북 영주소방서 소속 조영환(31) 소방교 고향 집. 조 소방교는 안동소방서 소속 소방관인 작은아버지, 부모님과 함께 불을 끄다 도내 전소방관 비상소집에 응했다고 한다. 사진 조영환 소방교
지난 25일 산불이 번져 피해를 당한 경북 영주소방서 소속 조영환(31) 소방교 고향 집. 조 소방교는 안동소방서 소속 소방관인 작은아버지, 부모님과 함께 불을 끄다 도내 전소방관 비상소집에 응했다고 한다. 사진 조영환 소방교
조 소방교는 고향 집 불이 꺼지자 25일 경북소방 전직원 비상소집령에 따라 출근했다. 안동이 고향인 다른 소방관도 집이 화재로 다 탔지만, 경북의성종합운동장에 집결했다. 경북 소방관들은 사흘째 퇴근하지 못하고 비상대기 중이다.

조 소방교는 “산불이 급속도로 번진 경북 의성과 안동 지역에서 충청·강원·전라·경기 등 전국 각지에서 온 소방관과 함께 불을 끄고 있다”고 했다. 산불 진화에 동원된 소방관은 보통 2~3인 1조로 펌프차에 탑승하는데, 1만L를 펌프차에 실어 이동한 뒤 5분이면 모두 방수해 수원을 확보하기 쉽지 않다고 했다.


조 소방교와 함께 산불 진화 현장을 누빈 안득현(42) 소방위는 “산간 지역이다 보니 가까운 곳에 저수지가 없으면 물을 확보하느라 수㎞를 이동해야 한다”며 “산불이 심한 곳을 오가면서 화재 피해를 본 소방관들이 전전긍긍하는 모습을 보면 마음이 아프고 내 집에 불이 나도 다른 이를 돕는 일이 ‘소방관의 사명이구나’ 싶다”고 말했다.


경북 영주소방서 가흥119안전센터 조영환(31) 소방교와 안득현(42) 소방위가 25일부터 산불 진화 작업에 투입된 지 사흘째인 27일 당직 출동 대기를 하고 있다. 손성배 기자
앞서 소방청은 지난 22일 오후 2시 전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 산불 사태에 맞서 소방동원령을 발령했다. 소방동원령은 재난이 발생했거나 임박한 시·도 소방력만으로 화재 등 재난에 대응하기 어려울 때 소방력을 재난현장에 동원하고 관리하는 조처를 의미한다. 동원령은 1~3호로 나뉘는데, 현재 타 시·도 가용소방력의 20%를 동원할 수 있는 가장 높은 단계인 3호가 발령됐다.





손성배([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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