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줄탄핵 협박, 내란죄 고발…선고 지연에 이성 잃은 정치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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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을사오적” 대 “위헌정당 해산” 극언 난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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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은혁 미임명 아무 설명 없는 정부도 문제
민주당은 마 후보자 미임명에 대해 “문형배·이미선 재판관의 임기가 끝나는 4월 18일까지 고의로 선고를 지연해 헌재를 무력화시키려는 속셈”이라고 단정하며 극언까지 쏟아내고 있다. 박 원내대표는 한 대행에 대해 “쿠데타를 일으킨 전두환이 정권을 찬탈하게 도운 최규하의 길을 걷고 있다”고 공격했다. “헌법재판관들이 윤 대통령을 파면하지 않을 경우 ‘신(新)을사오적’으로 역사에 오명을 남길 것”이라고도 주장했다. 탄핵 찬반 집회에서 나오는 과격한 표현을 국회로까지 옮겨 온 것이다.
이성을 잃은 듯한 궤변을 쏟아내는 것은 여당인 국민의힘도 마찬가지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민주당의 한 대행 및 국무위원 탄핵 예고와 관련해 민주당 초선 의원 전원과 이재명 대표, 방송인 김어준씨 등 72명을 내란선동죄로 고발하겠다고 나섰다. “행정부를 마비시키겠다는 발상 자체가 반역”이라거나 “국무위원 상대 협박은 테러리스트의 참수 예고와 다름없다” 같은 극언 일색이다. 나경원 의원도 “민주당이 통합진보당의 폭력적 체제 전복 시도보다 더 위험하다”며 민주당에 대한 위헌정당해산심판 청구를 정부에 요구하고 나섰다. 탄핵 찬반 시위대의 대립이 격화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여야 정치권은 자중해야 할 텐데 오히려 더 나가고 있다. 자칫 갈등을 부추기다가 헌재 선고가 임박할수록 인파가 늘어날 것으로 보이는 집회 현장에서 물리적 충돌이라도 빚어질 경우 정치권은 책임을 면치 못할 것이다.
정부의 태도에도 돌아볼 대목이 있다. 헌재가 한 대행에 대한 탄핵심판 청구를 기각했지만, 한 대행이 국회가 추천한 헌법재판관을 임명하지 않은 데 대해선 다수 재판관이 위헌 및 위법이라고 판단했다. 그런데도 한 대행은 마 후보자를 임명할 것인지 아닌지에 대해 아무런 언급조차 하지 않고 있다. 탄핵 당시 여건과 지금은 상황이 다른데도 임명 여부와 그 이유에 대해 입장조차 밝히지 않는 것은 헌재를 노골적으로 무시하는 처사다. 헌재의 탄핵 선고를 둘러싼 갈등이 고조되고 있는 만큼 정부도 정치적 고려나 계산을 떠나 국민이 납득할 만한 성의를 보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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