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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주의 아트&디자인] 대구미술관에서 만난 ‘추상화 거장’ 션 스컬리

이은주 문화선임기자
“나는 고대인이 아니듯이 현대인도 아니고, 중국인이 아니듯이 프랑스인도 아닙니다. 조국이라는 관념은 늘 내게 편협해 보였으며, 맹목적이고 매우 어리석은 것으로 여겨졌습니다.” 프랑스 소설가 귀스타브 플로베르가 한 말입니다. 얼마 전 이와 비슷한 얘기를 하는 예술가를 대구에서 만났습니다. 지난달 18일부터 대구미술관에서 회고전을 열고 있는 아일랜드 태생의 미국 추상화가 션 스컬리(Sean Scully)입니다.

스컬리는 동시대 가장 중요한 현대 미술가 중 한 명으로 꼽힙니다. 1945년 더블린에서 태어난 그는 네 살 때 런던으로 옮겨 갔고, 크로이던 예술학교와 뉴캐슬 대학을 졸업한 뒤 1975년 미국 뉴욕으로 이주했습니다. 이후 독일 뮌헨과 런던, 뉴욕을 오가며 작업해왔고요. 이번에 한국을 찾은 스컬리는 “저는 아일랜드인이기도 하며 영국 사람이며, 또 미국인이기도 하고 독일에서 많은 경험을 한 사람”이라고 자신을 소개했습니다. 이어 “그런 제가 늘 관심을 가진 것은 무엇인가를 맥락에서 벗어나 더 자유롭고, 또 낯설게 만드는 것이었다”며 “저에게는 추상 회화가 바로 그런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션 스컬리, 무제, 2016, Oil on linen, 127x142.2㎝. ©Sean Scully.Courtesy of the Artist. [사진 대구미술관]
8월 17일까지 이어지는 전시는 스컬리의 1960년대 초창기부터 최근 작업까지 드로잉·회화·조각 등 70여 점을 망라해 작품 세계 전체를 조망합니다. 특히 대구미술관의 광활한 전시장을 든든하게 채운 대형 작품들은 보는 이들의 탄성을 자아낼 만합니다. 규모와 완성도 면에서 국내외에서 쉽게 접하기 어려운 역대급 전시입니다.

‘수평과 수직’이라는 전시 제목처럼, 그의 캔버스는 가로와 세로의 굵고 두꺼운 줄무늬로 채워져 있습니다. 단순한 패턴이 몹시 지루할 것 같죠? 하지만 전시의 감흥은 반전입니다. 기하학 형태, 미묘한 색채 대비, 겹쳐진 붓 자국의 조화가 놀랍게 풍부하고 흥미진진합니다.

스컬리는 “재즈 색소폰 연주자 존 콜트레인의 음악은 오십 번 이상 들어도 절대 질리지 않는다”고 했는데, 그 자신이야말로 캔버스 위에 자기만의 변주를 펼치는 재즈 뮤지션 같습니다. 그는 “내 작품엔 전 세계 요소들이 융합돼 있다”며 “이민자로 살아오며 경험한 것, 10대 때 판지 공장에서 힘들게 일한 것, 모로코 여행에서 카펫의 패턴을 보고 영감 받은 것이 다 녹아 있다”고 말했습니다.

션 스컬리,랜드라인 멜랑콜리(Landline Melancholia), 2016, Oil on aluminum, 215.9x190.5cm. [대구미술관}
오는 8월 17일까지 대구미술관에서 열리는 션 스컬리 개인전 전시장 모습. [사진 대구미술관]
주목할 것은 스컬리가 이번 전시에 대해 “평생 열린 내 전시 중 최고”라며 “이번 전시의 작품 구성과 배치 등이 모두 맘에 든다. 공간에 대한 압박 없이 내 작품을 보여줄 수 있어 감동”이라고 말한 점입니다. 국내에서 전시를 연 세계적인 미술가가 이런 반응을 보인 것도 드문 일입니다. 그게 그냥 인사치레로 한 말인지 아닌지 직접 확인해보시면 어떨까요. 지난해 개관한 대구간송미술관도 바로 옆에 있으니 꼭 같이 들르시길 바랍니다.





이은주([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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