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재활 끝, 다시 선 설원…“트라우마, 눈 녹듯 사라져”

스노보드 하프파이프 국가대표 최가온(17·세화여고)에게 ‘공중에서 연기하는 느낌’을 묻자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 여고생은 발랄할 거라는 선입견을 깨는 그는 수많은 전장을 누빈 승부사 얼굴을 했다. 인터뷰 내내 표정 변화가 없었고, 답변은 거침없었다. 그는 허리 부상을 딛고 2024~25시즌 세계 정상급 선수로 돌아왔다. 1년 만의 복귀. 지난 1월 락스(스위스) 국제스키연맹(FIS) 스노보드 월드컵 동메달, 2월 애스펀(미국) 월드컵 은메달. 단숨에 한국계 미국인 스노보드 스타 클로이 김(25)의 후계자로 떠올랐다. 클로이 김은 2018 평창,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여자 하프파이프에서 금메달을 딴 ‘전설’이다.
시즌을 마치고 귀국한 최가온을 3일 서울 삼성동에서 만났다. 그는 “큰 부상을 겪은 탓에 ‘다시 할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눈 위에 서니 두려움은 사라졌다.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한계를 뛰어넘은 게 가장 큰 성과”라고 말했다. 이어 “떡볶이를 먹고 친구들을 만나니, 며칠 전 치열한 승부의 세계에서 있었다는 게 실감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스노보드 하프파이프는 반원통형 슬로프를 오르내리며 점프와 회전 등 공중 연기를 겨루는 종목이다. 기본 동작과 회전의 기술 및 난도를 채점해 순위를 가린다. 2008년생인 그는 7세 때 스노보드를 처음 탔다. 수만 번 넘어져도 다시 일어서는 ‘강철’ 멘털의 소유자였다. 여름에는 언덕에서 매트를 타고 훈련했다. 2022년 주니어 세계선수권 우승으로 국제무대에서 주목받았다. 2023년에는 익스트림 스포츠 대회인 엑스(X)게임 수퍼파이프(하프파이프의 별칭)에서 역대 최연소로 정상에 섰다. 그리고 월드컵 데뷔전이었던 2023년 12월 미국 대회에서 금메달을 땄다.

최가온의 롤모델이 클로이 김이다. 클로이 김은 지난달 세계선수권(최가온 12위)에서 또 정상에 올랐다. 최가온이 지금의 성장세를 유지한다면 내년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에선 메달 경쟁자로 만나야 한다. 그도 “클로이 언니는 우상이자 친한 언니다. 평소 수다도 떨고 조언도 받지만, 언젠가는 넘어야 할 라이벌”이라고 말했다. 이어 “스노보드는 기술 만큼이나 멘털이 중요한 스포츠”라며 클로이 김의 ‘챔피언 마인드’를 따라잡겠다고 했다. 그가 갈고 닦는 비장의 무기는 초고난도 기술인 ‘백사이드 텐’이다. 뒤를 바라보고 파이프에 진입해 공중에서 세 바퀴(1080도) 도는 기술인데, 클로이 김은 물론 정상급 남자 선수들도 어려워한다.
시즌이 끝난 만큼 당분간은 학교에 열심히 다닐 계획이다. 최가온은 “대회 출전으로 학업에 집중하지 못해 아쉽다. 그래도 글 쓰는 걸 좋아한다. 틈틈이 시 짓는 걸 즐긴다”고 말했다. 취미를 묻자 “인생이 바빠서 취미를 갖는 건 쉽지 않다”더니 “훈련이나 경기를 앞두고 가수 지드래곤 노래를 즐겨 들었다”며 처음으로 미소를 보였다.
피주영([email protected])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