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혜란의 쇼미더컬처] “합시다, 러브” 그곳을 지키는 힘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에서 유진과 애신의 ‘러브’가 시작되는 이 장면은 안동 만휴정에서 촬영됐다. [사진 넷플릭스 캡처]](https://www.koreadaily.com/data/photo/2025/04/04/a3252992-4002-4491-8aff-7ca483c81e6f.jpg)
사람에겐 어떤 장소와 강한 관계를 형성하면 그곳을 자신의 정체성 일부처럼 여기는 경향이 있다(‘장소 애착 이론’). 나아가 꼭 방문하진 않아도 역사적인 배경이나 문화적 의미를 알면 감정적 애착을 강하게 느낀다고 한다(‘내러티브 교감 효과’). 2019년 프랑스 파리의 노트르담 대성당 화재 때 세계인들이 애도한 것도 한 번쯤 가 본 추억 외에도 노트르담을 둘러싼 많은 소설·영화의 잔향 때문이다. 만휴정이라는 이름은 몰라도 계곡물을 가로지른 통나무다리에서 애신(김태리)에게 유진(이병헌)이 “합시다, 러브. 나랑 같이” 하던 장면을 잊긴 어렵다. 2008년 숭례문이 불타는 걸 지켜본 상실감에 또다시 생채기가 덧날 뻔했다.
일각에선 만휴정에 화마가 접근하기 전 촘촘히 씌운 방염포(화재 차단용 특수 천)가 큰 역할을 했다고 한다. 실제 효과는 보다 정밀한 조사가 필요하다. 다만, 화재 진압 현장 인력을 포함해 무수히 애쓴 사람들의 노력이 있어 그나마 참화를 줄인 건 분명하다. 문화재의 가치와 관련해 “많은 시간과 사람들의 이야기가 더해진 작품들은 더 이상 가격을 매길 수 없는 경지에 도달한다”(김영복, 『옛것에 혹하다』)고들 한다. 문화유산이 각별한 건 그 긴 시간을 버티게끔 지키고 가꿔 온 사람들의 이야기에 힘입는다. 달리 말해 이를 훼손하는 건 그 노력을 무너뜨리는 일이다. 함께 보호하고 애쓴 기억의 교집합이 많을수록 공동체가 단단해진다. 과연 문화유산만 그러하겠는가.
강혜란([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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