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다섯번의 기회 있었다"…헌재, 특별히 심혈 기울인 문장들
헌법재판소는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결정문에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이유로 들었던 야당의 전횡을 헌법 테두리 안에서 바로잡을 기회가 있었다며 다섯 가지를 적시했다. 12·3 비상계엄은 “야당의 전횡과 국정 위기 상황을 국민에 알리기 위한 경고성 계엄이었다”는 윤 전 대통령의 주장은 “정치적으로 존중돼야 한다”면서도 “국가긴급권을 남용하지 않고 민주적 절차를 따랐어야 한다”며 헌법적 자구책들을 이례적으로 열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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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개헌·국민투표·정부입법안·정당해산심판…尹의 기회들
헌재는 “현행 헌법은 대통령의 국회해산권을 규정하고 있지 않다. 그러나 대통령으로서는 임기 중에 국회를 새롭게 구성하는, 즉, 국회해산과 마찬가지의 효과를 거둘 기회를 갖는 경우가 있다”며 “피청구인의 경우도 자신의 취임으로부터 약 2년 후에 치러진 제22대 국회의원선거에서 그와 같은 기회를 가졌다”고 했다.

헌재는 “그(총선) 결과가 의도에 부합하지 않았다고 하여, 국민의 의사를 배제하려는 시도를 해서는 안 됐다”며 두 번째 카드로 개헌을 제시했다. “현행 권력구조가 견제와 균형, 협치를 실현하기에 충분하지 않고, 국회의 반대로 국가 안위에 관한 중요정책을 실현할 수 없으며, 선거제도나 관리에 허점이 있다고 판단했다면 헌법개정안을 발의”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1987년 체제에서 확립된 현행 헌법은 제왕적 대통령제, 죽기살기식 양당제라는 부작용이 심화하며 권력 구조를 개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있었다. 윤 전 대통령도 줄곧 “의회 독재”라는 말을 썼다. 이에 헌재가 ‘헌법개정은 국회 재적의원 과반수 또는 대통령의 발의로 제안된다’(헌법 128조)는 규정을 활용할 수 있었다고 한 것이다.
헌재는 개헌이 아니더라도 “국가 안위에 관한 중요정책을 국민투표에 부칠 수 있었다”는 우회로도 제시했다. 윤 전 대통령은 “주요 정책들은 야당 반대로 시행될 수 없었다”고 주장했는데, 헌법은 ‘대통령은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에는 외교·국방·통일 기타 국가 안위에 관한 중요정책을 국민투표에 부칠 수 있다’(72조)고 규정한다. 윤 전 대통령이 3대 국정과제로 꼽았던 연금·교육·노동개혁을 야당이 반대했다면 직접 국민 의사를 묻는 국민투표에 부의할 수도 있었단 뜻이다.

헌재는 마지막 카드로 정당해산심판 제도를 언급했다. “야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질서에 실질적인 해악을 끼칠 수 있는 구체적 위험성을 초래하는 데 이르렀다고 판단했더라도, 야당의 존립과 활동을 보장하고자 하는 헌법제정자의 규범적 의지를 준수하는 범위에서 헌재에 정당 해산을 제소할 것인지를 검토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즉 윤 전 대통령이 보기에 민주당이 “공산주의·전체주의를 맹종하는 반국가세력”(2023년 8·15 경축사), “국정 마비와 국헌 문란을 벌이고 있는 세력”(지난해 12·12 담화)이라면, ‘정부는 헌재에 정당 해산을 제소할 수 있다’(헌법 8조 4항)는 규정을 검토해 실제 제소하든지 해야 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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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두 문장 朴의 40배, 尹 3852자 결론…“특별히 심혈 기울인 듯”

김준영.오욱진([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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