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정태의 타임머신] 와우시민아파트 붕괴

눈으로 보고도 믿기 힘든 일이지만 그 원인을 모를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부실 공사와 관리 소홀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저비용’과 ‘속도전’에 대한 집착이 문제의 근원이었다. 건설사는 너무 빠른 시간에 적은 예산으로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자 했고, 감독기관은 그것을 막기는커녕 도리어 부추기고 있었다. 심지어 청와대에서 잘 보이는 높은 곳을 선택해 지었다는 풍문까지 전해온다. 사실 여부를 떠나 당시의 분위기가 그랬다는 것이다. 결국 예방할 수 있었던 참사가 벌어졌고 관련자들은 처벌을 받았으며 ‘불도저’라는 별명이 붙었던 김현옥 서울시장도 사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사고로부터 55년이 흘렀다. 그동안 성수대교가 무너지고, 삼풍백화점이 붕괴했으며, 심지어 2022년에는 광주광역시에서 건설 중이던 신축 아파트가 무너졌다.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 반열에 올랐지만, 사고 희생자 영령 앞에 떳떳한 나라가 됐는지 자신할 수 없다. 느려도 확실하게, 더뎌도 단단하게, 대한민국을 다시 세우기 위해 온 국민의 마음을 모아야 할 때다.
노정태 작가·경제사회연구원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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