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까맣게 탄 산하, 대형 산불 대책 재점검 시급

산불 방지 시스템은 크게 예방·진화·복구의 3단계로 구성된다. 가장 중요한 것이 예방 단계다. 봄철은 산불의 주요 원인인 바람·습도·온도가 가장 취약한 시기다. 한국의 산불은 대부분 사람의 부주의로 발생하는 인위적인 사회재난이자 자연재해다.

산불 여부를 감시 판독하는 인공지능(AI) 기반의 정보통신기술(ICT) 플랫폼, 산악기상 관측망, 산불 상황 관제 시스템을 고도화하는 등 원인별로 예방 대책을 철저히 추진해야 한다. 솎아베기와 가지치기 등 숲 가꾸기 사업을 대대적으로 추진해 산불로 번지는 연료를 줄여야 한다.
산불 진화 단계에서는 대형 산불로 번지지 않도록 골든타임인 50분 이내에 초동 진화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공중과 지상에서 산불과의 전쟁을 수행할 수 있는 장비·인력·인프라를 확충해야 한다. 산불 진화에 투입할 수 있는 헬기는 민·관·군 합해 200여대이지만, 주로 500~3000L다. 헬기 보유 대수보다 대형 헬기가 산불 진화에는 더 중요하다.

산림청 보유 헬기는 물 투하량이 8000L짜리가 7대이고, 3000L짜리가 29대다. 담수량 1만L짜리 대형 헬기를 10대 이상 도입해야 한다. 대형 헬기는 대당 약 550억원이지만, 국가안보와 사회재난 대응 차원에서 예산을 과감하게 투입해야 한다.
지상 진화를 위해서는 고성능 산불 진화 차량을 더 갖춰야 한다. 산림청이 29대를 보유하고 있는데 대당 약 8억원의 고가다. 이를 적어도 100대 이상 확보해야 한다. 전국에 1만여명인 산불 전문 진화 인력도 대폭 늘려야 한다. 지상 진화 인력은 산림청 소속 공중 진화대와 산불재난 특수진화대가 있고, 지자체 소속으로 산불예방 전문 진화대가 있지만 대부분 산불 조심 기간에만 고용하는 임시직이다.
내년 2월부터 시행되는 산림재난방지법에 따라 산불·산사태·산림병해충 등 3대 산림 재난을 통합해 ‘산림재난대응단’으로 운영한다. 인력을 확충하고, 일정 기간만 고용하는 형태가 아니라 연중 고용해야 전문적인 교육을 통해 역량을 키울 수 있다.
산불 지상 진화를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서는 산림 도로인 임도(林道)를 대폭 확대해야 한다. 산불 진화 임도의 필요성은 이미 입증됐다. 한국의 임도는 산림 선진국의 10분의 1 수준인데, 이를 독일·일본 수준으로 확충해 가야 한다. 폭 5m 이상의 산불 진화 임도는 산불 취약 지역에서 먼저 건설해야 한다.
인명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긴급 대피 체계를 확 바꿔야 한다. 긴급재난 문자 메시지는 농·산촌 지역의 노약자 등에겐 실효성이 떨어진다. 마을마다 ‘스마트 방송 시스템’을 도입하고, 집안에서도 긴급 대피 방송을 들을 수 있게 해줘야 한다. 지자체 공무원과 마을 이장 등을 통해 적어도 산불이 퍼지기 2시간 전에는 집집이 찾아가 긴급 대피를 안내해야 한다.
산불 복구 단계에는 산림뿐 아니라 인명·재산 피해 복구와 지원 대책이 포함된다. 산불 피해 지역 산림의 경우는 전문가와 지자체, 지역 주민 의견을 수렴해 2차 피해가 없도록 응급 복구와 항구 복구로 구분해 추진한다.
이제 산불 대책은 국가 안보, 국가 재난·안전 차원에서 대응해야 한다. 문제는 예산이다. 수립된 대책이 제대로 실행되려면 관련 예산을 제대로 반영해야 한다. 추경 예산과 예비비 등을 통해 시급한 분야부터 지원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좋은 대책도 공염불이다. 재정 당국과 정치권의 신속한 후속 조치를 기대한다.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남성현 국민대 석좌교수·전 산림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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