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치킨게임…원화값 1473원대 추락, 글로벌 금융위기 후 최저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화값은 오후 3시 30분(주간거래) 전날보다 달러당 5.4원 내린(환율 상승) 1473.2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주간 거래 종가 기준으로 글로벌 금융위기가 덮친 2009년 3월 13일(1483.5원) 이후 16년여 만에 가장 낮다. 야간거래서도 하락세가 이어지며 한때 달러당 1480원까지 밀려났다.‘위안화 약세’ 영향이 크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이날 한국시간으로 오후 5시 달러당 위안화(CNY)는 한달여 만에 달러당 7.3위안을 뚫고 하락했다.
아시아 증시는 혼조세다. 전날 5.57% 폭락했던 코스피는 0.26% 소폭 상승하는 데 그쳤다. 반면 일본 닛케이225지수는 전날 대비 6.03% 올랐다. 전날 낙폭(-7.83%)을 상당 부분 회복했다. 중화권 증시도 엇갈렸다 상해 종합(1.58%)과 홍콩H지수(2.31%)는 올랐고, 대만 자취안 지수는 4% 넘게 급락했다. 7일 휴장했던 베트남(-6.43%)ㆍ인도네시아(-7.9%) 등 동남아시아 주요 증시는 트럼프 관세 폭격에 6% 이상 급락했다.

미국과 중국이 ‘강(强)대강’으로 대치한 점도 시장 변동성을 키우는 요인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의 보복관세에 대응해 7일(현지시간) ‘50% 추가 관세를 매기겠다” 엄포하자, 중국은 “미국의 일방적 괴롭힘에 맞서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즉각 반발했다. AP통신에 따르면 미국이 중국을 상대로 매기겠다고 발표한 추가 관세만 103%에 달한다. 세계 투자은행(IB)인 골드만삭스는 상호관세 등 관세전쟁으로 올해 중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최소 0.7%포인트 낮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국제신용평가사 피치는 이미 지난 4일 중국 국가 신용등급을 18년 만에 A+에서 A로 하향했다.
관세전쟁 시동을 켠 미국엔 침체 공포가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최고경영자는 7일(현지시간) 주주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최근의 관세는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을 증가시키고, 경기 침체 가능성을 높게 본다”고 말했다.
미국 채권시장도 심상찮다. 글로벌 채권 금리 벤치마크 역할을 하는 미국 10년 만기 국채금리는 7일(현지시간) 전 거래일 보다 0.168%포인트 오른(채권값은 하락) 연 4.177%로 거래를 마쳤다.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물 국채 금리도 이날 0.107%포인트 상승했다. 안전자산인 미국 채권으로 돈이 몰려 6거래일 연속 올랐던 미국 채권값이 하락한 것이다. 인플레이션 우려가 반영됐다는 평가와 함께 중국이 미국 국채 매도했을 가능성도 나온다. 세계 2위 미국 국채 보유국인 중국이 미국 국채를 대량으로 팔면, 국채값은 폭락(금리 급등)할 수 있다.
미·중 갈등이 격화되면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엔 직격탄이 될 수 있다. 위재현 NH선물 이코노미스트는 “오늘과 내일 중국에서 미국과의 (긍정적인) 협상 소식이 들려오지 않는다면 외환시장 변동성은 추가로 확대될 여지가 있다”면서 “미국과 중국의 무역갈등이 격화되면 원화의 추가적인 약세는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염지현([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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