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거스타에선 티샷 느낌부터 다르죠”

Q : 마스터스라고 하면 아직도 설레나.
A : “아직도 대회를 앞두면 기분이 새롭다. 오거스타를 ‘깃발 꽂힌 천국’이라고 하던데 맞는 것 같다.”
Q : 골프장에서 가장 인상적인 건 뭔가.
A : “입구인 매그놀리아 레인으로 들어갈 때 찡한 느낌이 든다. 연습 그린에 있다가 1번 홀 티잉그라운드로 걸어갈 때도 그렇다. 다른 곳에서는 갤러리가 떠들기도 하는데 오거스타의 갤러리는 진지하다. 다들 존경심으로 대회를 관람하는 느낌이다.”
Q : 가장 인상적이었던 동반자는 누군가.
A : “타이거 (우즈)다. 우즈와 연습라운드도 함께 해보지 못했는데, 재작년(2023년)에 처음으로 같이 라운드했다. 우즈는 다리가 아파서 8개 홀만 치고 기권했다. 비도 오고 추웠는데, 아주 아파 보였다. 그래도 악수하고 같이 걸어 다닌 것 자체가 좋았다. 함께 경기할 때 다행히 잘 쳐서 좋은 인상을 준 것 같다.”
Q : 6년 연속 출전인데 가장 좋은 추억은.
A : “당연히 2020년의 공동 2등이다. PGA 첫 우승보다 더 기억난다. 내가 마스터스에서 2등 했다는 게 너무 신기했다.”
![2020년 마스터스 우승자 더스틴 존슨(왼쪽)과 준우승자 임성재가 악수하고 있다. [AFP=연합뉴스]](https://www.koreadaily.com/data/photo/2025/04/09/c9878be2-de78-44a5-bf84-8d6732925245.jpg)
Q : 베테랑이 유리한 마스터스에서 신인이 어떻게 그런 성적을 냈을까.
A : “그해 가을 퍼팅이 너무 안 됐다. 최악이었다. 마스터스를 앞두고 일주일간 경기를 쉬면서 하루 3시간씩 퍼트 연습을 했다. 그랬더니 오거스타에서 실수가 없어졌다. 3m 안쪽 퍼트가 다 들어가면서 자신감이 생겼다. 쇼트게임은 내 인생 통틀어서 (그때가) 제일 좋았다. 예술이었다. 그린 밖에서 들어간 게 세 번 정도다.”
Q : 일반인은 갈 수 없는 아멘 코너 12번 홀 그린과 13번 홀 티잉그라운드 쪽 느낌은 어떤가.
A : “12번 홀 그린으로 가는 호건의 다리를 건널 때는 골프 성지 세인트 앤드루스 올드 코스 18번 홀 스윌컨 다리를 건널 때처럼 특별한 곳으로 간다는, 아무나 못 가는 가장 성스러운 곳이라는 느낌이 든다.”
Q : 오거스타는 다른 골프장과 뭐가 다른가.
A : “1번부터 18번까지 다 개성이 있다. 비슷한 홀이 없어서 매 홀 다른 사람을 만나는 것 같다. 12번 홀은 뭔가 특별해 보이고, 우즈가 그린 뒤에서 기역(ㄱ) 자로 꺾이는 칩샷을 넣은 16번 홀(파3)도 아름답다.”
Q : 안 좋은 기억의 홀은.
A : “2021년 15번 홀에서 9타를 쳤다. 잘 치다가 2온을 노린 샷이 그린을 넘어갔다. 내리막 칩샷을 남겼는데, 동반자 패트릭 캔틀레이는 비슷한 자리에서 아예 짧게 쳐서 잘라 갔다. 칩샷을 잘하고 자신도 있어서 과감히 쳤다. 잘 쳤다고 생각했는데, 홀 옆에 멈추는 것 같더니 슬금슬금 굴러 결국 빠졌다. 한 번 더 빠졌고, 그때 좀 아주 아팠다.”
Q : 각 홀은 어떻게 공략해야 하나.
A : “파5 홀에선 점수를 줄여야 한다. 2번 홀은 우측 벙커 왼쪽 끝을 보고 살짝 드로를 걸어 티샷하면 하이브리드로 투온이 된다. 8번 홀은 두 번째 샷을 왼쪽으로 돌려쳐 그린 오른쪽으로 보내면 버디를 할 수 있다. 13번 홀에선 점수를 꼭 줄여야 한다. 그린 주변이 개울과 벙커, 화단 등으로 위험하지만, 하이브리드 클럽 거리(215m)까지 걸리면 2온을 시도한다. 15번 홀은 연습라운드 때 그린이 얼마나 단단한지 체크한다. 그린이 빠르고 경사가 심해 오른쪽 그린 사이드 벙커로 그린을 공략하는 게 나을 수도 있다. 반면 파4 홀은 매우 어렵다. 핀이 어디 있든 그린 중앙을 공략해야 하는 홀이 있다. 1번, 5번, 10번 홀은 욕심을 부려 핀을 직접 보면 보기가 나오기 쉽다. 어려운 퍼트를 두 번 해야 하지만 파를 할 수 있다. 아멘코너 파3인 12번 홀은 오른쪽 핀일 때 바람에 밀려 물에 빠질 때가 많아 아예 가운데로 친다. 그린이 얇아 거리 컨트롤이 중요한데, 잘 쳐야 하고 바람도 생각대로 불어야 한다. 운이 필요하다.”
성호준([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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