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 도너번의 마켓 나우] 트럼프 관세의 수혜자와 희생자

관세 인상의 결과는 단순히 물가 상승에 그치지 않는다. 더 중요한 문제가 있다. 관세는 기업의 가격 전략에 영향을 미치고, 그 부담을 전가할 대상을 결정한다. 특히 관세의 2차 효과, 즉 간접적 파급력이 미국과 교역국 경제에 미칠 영향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둘째, 이윤율 확장이다. 외국산 제품 가격이 관세로 인해 오른 만큼, 미국 기업도 자사 제품 가격을 함께 올릴 수 있다. 미국 기업이 판매량은 유지하면서 더 높은 가격에 판매하는 구조가 형성된다. 이 경우 미국에 수출하는 업체들도 기존과 비슷한 가격과 물량을 유지할 수 있기에 큰 타격은 피한다. 관세 부담이 수입업체가 아닌 소비자에게 전가되기 때문이다. 결국 소비자는 같은 제품을 더 비싼 값에 사야 하고, 미국 기업은 더 많은 이윤을, 정부는 더 많은 세수를 챙긴다.
이러한 구조는 실제 사례로 확인된다. 2018년 트럼프 대통령은 수입 세탁기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는 정책을 강력하게 추진했다. 2023년 초까지 이어진 이 정책을 기회 삼아 미국 제조사들은 자사 제품 가격을 관세만큼 인상했다. 그 결과, 미국에 수출하는 업체들의 판매량은 예상보다 크게 줄지 않았다. 물론 팬데믹으로 무역 흐름에 일시적 왜곡이 있었던 점을 고려해야 하지만, 2022년 한국산 세탁기의 미국 수출액은 2017년보다 약 3배 증가했다.
관세는 여러 가지 부작용을 초래한다. 관세를 포함해 세금이 오르면 구매력이 줄어든 소비자의 지출이 줄고, 이는 경제 성장 둔화로 이어질 수 있다. 미국 기업들이 가격을 과도하게 인상하면, 미국 소비자들 부담이 커지는 반면 그만큼 한국 기업들은 상대적으로 가격 경쟁력을 유지하면서 피해를 일부 완화할 수 있다.
폴 도너번 UBS 글로벌 웰스 매니지먼트 수석 이코노미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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