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단장한 종묘로 155년만 ‘왕의 신주’ 행차…이 가마로 모십니다

국보 ‘종묘 정전’이 5년 간의 보수 정비 공사를 마치고 오는 20일 위용을 드러낸다. 그간 창덕궁 구(舊)선원전에 임시로 모셨던 조선 왕과 왕비의 신주(神主, 죽은 사람의 위패) 49위도 이날 종묘 정전의 신실(신주를 모시는 곳)로 되돌아온다. 조선시대엔 신주를 신실 바깥으로 옮기는 걸 ‘이안(移安)’, 다시 모시는 걸 ‘환안(還安)’이라고 일렀다. 20일 열리는 환안제는 1870년(고종 7년) 이후 155년 만이다. 신주들은 조선왕실의궤에 따라 정밀하게 고증 제작된 가마를 타고 이동하게 된다.
지난 2일 경기도 파주시 광탄면의 전통 가마 제작 공방을 찾았을 때 이강연 가교장(우수숙련기술인)이 가마의 지붕 부분을 손질하느라 땀을 쏟고 있었다. 가마는 벽체, 지붕, 가마채(가마를 받쳐서 드는 막대기)로 구성된다. “가마 외에도 행사에 쓸 기물들이 많은데, 마무리 작업이 촉박해 휴일 없이 일한다”고 했다. 공방 안이 청량한 톱밥 냄새로 가득 찼다.

환안제에 쓰이는 가마는 총 3종이다. 궁궐 밖에서 신주를 모실 때 사용하는 신연(神輦)과 궁궐 안에서 사용하는 신여(神轝), 그리고 향합·향로를 옮기는 용도의 향정자(香亭子, 혹은 향용정)다. 이 중에서 가장 규모가 큰 신연은 사람이 너끈히 탈 수 있는 규모로 지붕까지 씌운 무게가 대략 90㎏에 이른다.

“옻칠할 땐 원주로, 단청칠과 니금할 땐 경주로 보내는 등 각 단계별로 가마를 무진동차량에 태워 이동시켰죠. 이 공방에선 주렴을 걸고 가마 내부에 문석을 까는 등 마무리 작업을 합니다.”



이번 작업은 헌종 대 『종묘영녕전증수도감의궤』(1835~1836년)와 ‘이환안반차도’를 바탕으로 했다. 기록의 민족답게 가마의 크기와 형태, 재료 등이 구체적으로 적혀 있지만 일부는 명맥이 끊어져 한자어만으론 알 수 없었다. “자적록피(紫的鹿皮)라는 게 뭔지 몰라 한참 헤매는 식이죠. 여러 기록과 문맥을 따져서 ‘자주색으로 염색한 사슴 가죽’이란 걸 밝혀낸 뒤 이렇게 장식 끈으로 재현했습니다.”


정전 보수를 위해 신주를 창덕궁에 모셨던 이안제는 코로나19 와중이던 2021년 약식으로 열렸다. 올해 환안제는 창덕궁에서 고동가제(告同駕祭, 제사의 일종)로 시작해 환안 행렬이 광화문, 세종대로사거리, 종각역을 거쳐 종묘에 이르게 된다. 국가유산청 복원정비과의 최자형 사무관은 “올해가 마침 종묘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30주년인데 5년 만에 돌아오는 종묘 정전의 가치가 환안제를 통해 널리 공유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종묘 정전 재개방을 기념해 24일부터 5월 2일까지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인 종묘제례악의 야간 공연도 열린다.



강혜란([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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