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락가락’ 트럼프, 엔진·변속기 등 車부품 관세 뒤집나

5월 3일 발효될 예정이던 미국의 수입산 자동차부품 관세(25%)에 변화의 조짐이 생겼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동차 업체 일부를 돕기 위한 무언가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히면서다. 미국 완성차 업계를 위한 조치지만, 국내 완성차 및 부품업체에 미칠 영향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4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그들(미국의 완성차업체)은 캐나다와 멕시코에서 생산되던 부품을 이곳(미국)에서 만들기 위해 (생산시설을) 전환하고 있다”며 “그렇지만 그들은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관세로 미국 완성차 업체 부담이 커지다 보니 면세 카드를 검토하는 것이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면세 대상 부품과 기간 등 구체적인 이야기는 언급하지 않았다.
지난 2일 트럼프 행정부는 관세 부과 대상 부품 150개를 발표했다. 내연기관 엔진, 전기모터, 차량용 리튬이온배터리 등 구동 계통부터 차축, 운전대, 타이어 등 조향 계통까지 거의 모든 자동차 부품이 해당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자동차 부품 관세 부과에 변화를 시사한 것은 미국 전통 완성차 업체인 제너럴모터스(GM), 포드, 스텔란티스 등 ‘빅3’는 물론 트럼프 행정부 정부효율부(DOGE) 수장 일론 머스크가 운영하는 테슬라를 고려한 조치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들은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에 따라 멕시코·캐나다에서 만든 부품을 무관세로 수입해 미국에서 조립해왔다. 미국 상무부 자료를 인용한 일본경제신문(닛케이)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의 자동차 부품 수입액 중 멕시코(40%), 캐나다(10%)가 큰 비중을 차지했다. 예컨대 포드 머스탱 마하-E는 멕시코산 부품 18%를, 테슬라 모델3는 멕시코산 부품 20%를 사용한다.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도 관세부과가 미국 내 소비자 가격 인상, 대량 해고로 이어질 경우 정치적 부담이 크다. 미국 리서치기업 앤더슨이코노믹그룹(Anderson Economic Group)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관세로 인해 미국 내 수입 고급차는 2만 달러, 소형 세단은 2500~4500달러 인상될 수 있다. 관세 부담 때문에 스텔란티스는 미국 내 5개 공장에서 900명의 근로자를 일시 해고하기도 했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미국 제조업 양성이라는 목표를 위해 관세를 부과했지만, 미국 내 전후방 공급망이 전혀 마련되지 않아 미국 완성차 업체들마저 피해를 보는 상황”이라며 “미국 현지생산을 늘리려는 기업에 단기충격을 완화해줘야 한다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면세 대상 후보로는 엔진, 변속기 등 핵심 부품이 꼽힌다. 2023년 미국은 멕시코에서 엔진 13억6000만 달러, 변속기 39억 달러 어치를, 캐나다에선 엔진 20억 달러, 변속기 11억 달러 어치를 수입했다.
멕시코에 진출한 한국의 자동차부품 기업은 기대를 걸고 있다. 현재 멕시코에는 현대모비스(모듈·램프), 현대위아(엔진), 현대트랜시스(변속기), 한온시스템(에어컨), HL만도(브레이크, 쇼크업소버), 서연이화(내·외장재), 성우하이텍(범퍼), 세종공업(배기시스템) 등 14개 회사가 진출해있다. 일부 부품을 멕시코에서 들여오는 현대차·기아 미국법인도 관세 부담이 줄어들 수 있다.
한국에서 수출하는 부품까지 면세 대상에 오를지는 미지수다. 지난해 자동차 부품의 대미 수출액은 실내부품(14억5200만 달러), 기어박스(11억2100만 달러), 구동 차축(8억6500만 달러), 엔진(6억4700만 달러) 순이었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자문위원은 “미국 완성차 업체에 직접적 타격을 주는 멕시코·캐나다산 부품에 대한 일시적 관세 유예만 적용될 가능성이 크다”며 “국내 부품업체로선 미국 현지생산이 유일한 해법이지만, 현지생산 인증을 받는 데만도 3년 이상 걸리기 때문에 당분간은 어려움을 적잖게 겪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효성([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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