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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품 ‘족보’ 탈탈…관세 만큼 높아진 원산지장벽

최근 피터 나바로 미 백악관 무역·제조업 담당 고문과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간 관세 정책을 둘러싼 설전이 화제였다. 나바로 고문은 지난 8일(현지시간) 한 인터뷰에서 “우리는 머스크를 자동차 제조업자가 아닌 조립업자로 본다. 그는 값싼 외국 부품을 원한다”고 밝혔다. 테슬라 전기차 부품의 대부분이 일본·중국·대만 등에서 온다고 주장한 것이다. 이에 머스크는 미국의 자동차 정보 매체가 테슬라 4개 모델을 ‘가장 미국산인 차’로 뽑은 내용을 자신의 엑스(X) 계정에 게시하면서 “테슬라는 가장 미국산인 차다. 나바로는 벽돌 자루보다도 멍청하다”고 비난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핵심참모 간 신경전은 미국 관세정책의 난맥상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라는 평가가 나온다. 관세는 최종 생산지를 기준으로 부과되는 게 일반적인 원칙이다. 하지만 글로벌 공급망의 분화로 부품 등 중간재까지 한 국가에서 모두 생산하는 경우는 굉장히 드물다. 이에 관세 부과의 기준을 잡기가 모호하다는 지적이 미국 내에서도 제기되고 있다. 실례로 미국에서 팔리는 일본 토요타의 ‘RAV4’ 중 미국에서 엔진과 변속기 등 70%의 부품이 생산돼 캐나다로 보내진 뒤 완제품으로 조립돼 다시 미국으로 수입된다. 반대로 일본 닛산의 ‘로그’는 미국 테네시주 공장에서 조립되지만, 부품 원산지로 보면 25%만 미국산이고 나머지는 외국산이다. 토요타 차량이 미국산에 더 가깝지만, 관세는 닛산차에만 부과되는 식이다.

이에 미국은 관세를 제대로 부과하기 위해 원산지 증명과 통관 절차에 대한 법적 조치와 규제를 강화하는 한편, 부품에 대한 관세까지 산정하기로 했다. 미국 정치매체 폴리티코는 “앞으로 캐나다나 멕시코에서 미국으로 수입되는 자동차들에 대한 관세는 그 안에 포함된 미국산과 비미국산 부품의 비율에 따라 산정될 것”이라고 전했다.

여기에는 관세가 높은 지역에서 생산한 제품을 관세가 낮은 곳으로 보낸 뒤 이를 다시 미국에 수출하는 일명 ‘택갈이(태그 바꿔달기)’ 방식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목적도 있다. 실제 미국은 주요 아시아 국가들에 우회수출 차단을 직·간접적으로 압박하고 있다. 태국은 외국 기업이 미국 관세 회피를 위해 허위 원산지 증명서를 제출하는 행위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기로 했다. 베트남은 ‘택갈이’ 단속 등 우회수출 차단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도 철강재 생산 시 기업이 발급하는 품질검사증명서(MTC)를 수입신고 시 제출하도록 규정을 강화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관세율이 낮거나 관세가 없는 경우 원산지 증명이 불필요한 절차로 여겨진다”며 “세계 각국이 관세장벽을 높이면서 이런 추가적인 절차가 생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국도 원산지 규정 강화 흐름에 가세하고 있다. 중국 반도체 업계가 수입 반도체의 원산지를 패키징 공장 위치가 아닌 웨이퍼(반도체 원판) 제조국을 기준으로 판단하기로 한 것이다. 앞으로는 미국산 반도체에 관세를 제대로 부과하겠다는 의도다.

기업은 부품의 관세 영향까지 신경 써야 하는데, 결국 기업의 부담만 늘어나게 된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원산지 기준이 제품의 구체적인 생산 과정과 제품을 만든 기업, 그 기업의 자본 경로까지 들여다보는 쪽으로 강화하게 될 것”이라며 “사실상 제품의 족보까지 검증하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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