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상우의 내 몸 사용 교과서] 아침 식사의 역설

아침 결식이 증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조사에 따르면 중·고등학생은 ‘시간이 부족해서’와 ‘입맛이 없어서’를 주요 이유로 꼽았다. 청년층에서는 ‘다이어트’와 ‘별다른 이유 없이 습관적으로’가 각각 1, 2위를 차지했다. 시간에 쫓기는 현대인에게 아침을 준비하고 챙겨 먹는 일은 여간 고역스러운 일이 아니다. 여기에 “아침 식사는 다이어트에 방해가 된다”라는 오해까지 더해지면서 아침 식사를 거르는 일을 당연하게 여기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중고생 40% 아침밥 안 먹어
아침 먹어야 비만 줄고 뇌 도움
전 연령층 조식 해법 마련 중요
아침 먹어야 비만 줄고 뇌 도움
전 연령층 조식 해법 마련 중요

최근 이 의문을 풀 실마리를 찾았다. 절대량으로 따져보면 아침 식사를 거르는 사람이 지방·당·나트륨을 적게 먹는다. 하지만 섭취 에너지 100kcal당 밀도로 계산해 보면 오히려 더 많이 먹는 경향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다시 말해 아침을 거르는 사람일수록 점심과 저녁에 더 짜고 기름지며 섬유소가 적은 음식을 선호했다. 여기에 더해 체중 감소를 막기 위한 체내 생리적 방어 기전이 강화되면서 비만을 가속한다. 건강 지표에도 변화가 생기는데, 아침을 거르는 사람일수록 혈당·혈압·콜레스테롤 수치가 더 높게 나타났다.
실제 진료에서도 이러한 사실은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끼니를 거르던 비만 환자에게 아침 식사만 규칙적으로 챙기게 해도 체중이 몇 ㎏씩 빠지는 경향이 있다. 수십 ㎏ 이상 체중 감량에 성공한 비만 환자 대부분은 세 끼를 규칙적으로 먹는 습관을 유지한 경우다. 반면 끼니를 거르는 사람은 초반에 어느 정도 빠지다가 결국 다시 찌는 ‘요요 현상’을 쉽게 겪는다. 사실 진료실에서 가장 많이 듣는 말 중의 하나는 “선생님 세 끼 다 먹어도 살이 빠지다니 신기해요”라는 반응이다. 이런 말을 한 환자 중에는 체지방을 100㎏ 가까이 감량한 사례자도 있다.
아침 식사는 청소년의 학업 성취도와 집중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 스트레스와 우울증 발생 위험을 낮추는 효과도 있다. 아침 식사가 밤사이 떨어진 혈당을 안정시켜 뇌에 필요한 에너지를 공급하고 그 결과 기억력·집중력·문제 해결 능력 등 전반적인 인지 기능을 향상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여러 연구를 통해 아침 식사가 청소년의 건강은 물론 학업 성적 향상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 입증되었다.
다행히 최근에는 많은 대학에서 ‘1000원 아침밥’ 사업을 통해 저렴한 비용으로 아침 식사를 제공하고 있다. 정부와 학교가 식비를 공동으로 지원하는 사업이다. 학생들의 경제적 부담을 줄이는 동시에 건강 증진과 학업 능력 향상에 긍정적 효과를 가져오리라 기대된다. 그러나 대학에 다니지 않는 청년까지 고려해 보면 이러한 지원만으로는 충분해 보이지 않는다. 특히 성장기에 있는 초·중·고등학생이 이 같은 혜택에서 제외되어 있어 매우 아쉽다.
청소년이 ‘시간이 없어서’ 아침 식사를 챙겨 먹지 못한다고 말하지만, 이는 부모의 입장에서도 마찬가지다. 국내 맞벌이 가정의 비율은 어느덧 48%에 이르러 자녀의 아침 식사까지 챙길 여유가 점점 줄고 있다. 청년층의 경우도 상황은 비슷하다. 독립해 생활하는 1인 가구가 빠르게 늘면서 아침 식사를 챙기기 어려운 여건에 놓여 있다. 부모의 부담을 줄이고 이들이 손쉽게 끼니를 해결할 수 있는 환경 마련이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 아침 식사를 할지 말지는 물론 개인의 선택이다. 그러나 ‘시간이 없어서 못 먹는’ 현상만큼은 사회가 함께 개선해 나가야 한다. 그리고 ‘다이어트를 위해 아침을 거르는 것이 좋다’는 오해는 이제 바로잡아야 한다. ‘1000원의 아침밥’처럼 작지만, 실효성 있는 지혜가 지금 우리 사회에 필요한 이유다.
오상우 동국대 일산병원·가정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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