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버라드 칼럼] 트럼프, 분명한 대북정책과 실행계획 있나

대북 정책의 세부 사항 안 보여
목표 달성할 방법 아무도 몰라
정책 전무하거나 후순위일 수도
목표 달성할 방법 아무도 몰라
정책 전무하거나 후순위일 수도

하지만 명확한 그림은 여기까지다. 트럼프의 목표를 모르는 이는 없지만, 어떻게 목표를 달성할지 아는 사람은 없다. 이런 불명확성이 눈에 띄는 이유는 러시아·벨라루스·이란·쿠바 등 다른 문제 국가들에 대한 트럼프 정부의 정책 목표와 실행 계획은 북한과 달리 매우 자세하게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워싱턴에서 대북 정책 검토에 대한 논의가 있었지만, 검토의 주체와 보고 시점 등 세부 사항은 알려진 것이 없다. 취임 즉시 트럼프는 2018년 싱가포르와 2019년 베트남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에 모두 관여했던 알렉스 웡을 백악관 국가안보 부보좌관에 임명했다. 지난 2월에는 대북 전문가 앨리슨 후커를 국무부 정무차관에 지명했다. 더 분명한 대북 정책이 곧 발표될지 모른다는 희망적 시각이 있었던 이유다. 그러나 현실은 달랐다.
트럼프가 재선에 성공했을 때 북한과의 긴밀한 관계를 추구할 것이고, 북·미 정상회담 성사를 점치는 전문가도 많았다. 그러나 필자는 그럴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주장해왔다. 지난 3일 한·미·일 외교장관회의 공동성명도 이를 뒷받침한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지난 9일 한·미·일 외교장관 공동 성명에 대해 “구시대적이고 몰상식”, “실현 불가능한 망상”이라며 비난했다. 이로써 트럼프가 좀 더 유연한 대북 정책을 추진해 북한을 대화 무대로 끌어낼 것으로 북한이 계산하고 있을 것이라는 희망이 사라졌다.
북한 정권은 트럼프가 푸틴과 미·러 정상회담을 어떻게 준비하는지 유심히 관찰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트럼프의 대북 접근은 러시아에 대한 접근법과는 달라 보인다. 트럼프는 루비오 국무장관을 통해 북·미 정상회담이 자신의 주요 의제가 아님을 밝히도록 했다. 북·미 정상회담에 대한 언론의 질문에 “언젠가는 무엇을 해야 한다”고 답했다. 확실한 약속도 아니지만, 문을 완전히 닫은 것도 아닌 모호한 답변이다.
트럼프가 꼭 필요로 하는 대북 정책 도구는 기존의 미국 정부들과 같이 대북 제재일 것이다. 그렇지만 미·중 관계 붕괴 이전에도 이미 대북 제재 이행은 심각한 문제가 있었고, 중·러는 대북 제재 이행에 관심이 없다. 결국 미국이 중·러와 협력을 통해 대북 정책 목표를 달성한다는 것은 헛된 꿈이다.
그렇다면 트럼프 2기의 대북 정책을 어떻게 분석해야 할까. 첫째, 호재일 가능성이다. 외교·경제 정책에 정신이 팔린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는 대북 문제를 뒷순위에 놓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트럼프는 아마도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으로 러시아의 대북 지원이 없어져 북한에 부정적 영향이 생기기를 기다리는지도 모른다. 그는 북한이 핵 프로그램을 포기할 수 있는 위기의 순간이 올 수 있다고 생각할 것이다.
둘째, 악재일 가능성이다. 트럼프의 대북 정책이 전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아무 생각이 없기 때문에 트럼프의 속내를 읽을 수 없는 그런 상황 말이다. 정책 부재는 행동의 부재로 이어진다. 대통령이 다른 사람이었다면 어쩌면 이는 큰 문제가 아니었을 것이다. 이미 급작스럽고 신중하지 못한 정책 선택으로 안 좋은 결과를 낸 이력이 있다. 명확한 정책의 부재는 트럼프가 대북 정책 결정을 성급하게 할 위험이 있다는 말이고, 이는 재앙이 될 수 있다. 북한의 군사적 대응을 야기하는 결정을 하거나, 갑자기 많은 것을 내주는 거래를 할 수도 있다. 어느 것이든 회복하기 어려운 선택이 될 것이다.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존 에버라드 전 평양 주재 영국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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