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개헌 없이 대통령 집무실 세종 이전 가능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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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보마다 약속…헌재는 “관습 헌법상 수도는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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득표 전략 아니라 국토 대전략 차원에서 다룰 문제
대통령 집무실을 옮기자는 논의는 윤석열 전 대통령이 쓰던 용산 대통령실을 떠나야 한다는 필요성 때문에 더 활발하다. 청와대에서 용산으로 집무실을 옮긴 윤 전 대통령은 비상계엄을 선포했다가 파면됐다. 민주당과 국민의힘 등 각 정당의 경선 후보들 다수가 계엄 및 탄핵의 상징적 장소인 용산에서 떠날 의사를 밝히고 있다. 김경수 후보는 “내란의 본산인 용산 대통령실을 단 하루도 사용하지 말자”고 했고, 국민의힘 홍준표 후보는 청와대로 복귀하겠다고 했다. 이번 대선 당선자는 인수 기간 없이 곧바로 집무를 시작하기 때문에 당선 직후 용산을 쓸 가능성이 있긴 하다. 그렇지만 개혁신당 이준석 예비 후보도 “청와대와 국회를 합친 집무실로 세종시를 국민 통합의 장으로 만들자”고 하는 등 세종 이전에 반대하는 후보가 드문 상황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던 행정수도 이전은 ‘대한민국 수도는 서울’이라는 관습 헌법을 이유로 2004년 헌법재판소가 위헌 결정을 내려 무산됐었다. 헌법 개정 절차 없이 수도를 이전하는 것은 힘들다는 이야기다. 개헌하지 않는 이상 세종에 국회의사당 분원을 추진하는 것처럼 대통령 제2 집무공간 정도를 마련하는 게 가능할 것이다. 어떤 후보든 대통령에 당선된 후 진정으로 행정수도 이전을 추진할 생각이라면 권력구조 개편 등과 함께 국민의 뜻을 물어 개헌에 나설 필요가 있다. 그럴 생각이 없는데도 세종 이전 공약을 발표하는 것이라면 표를 위한 ‘빈 소리’에 불과할 것이다.
윤 전 대통령이 조급하게 청와대를 떠나 용산으로 이전하는 데 들어간 비용은 정부가 밝힌 ‘직접 비용’만 517억원에 달했다. 졸속 이전은 많은 부작용을 낳았고, 결국 탄핵당한 대통령의 흔적으로 남았다. 대통령실과 국회가 서울에 있어 세종과 서울을 오가며 시간을 버리는 ‘길 국장’ ‘길 과장’이 여전한 실정이다. 정치권 안팎에선 차기 대통령이 세종청사 중앙동을 세종 집무실로 사용하고, 서울에선 청와대 영빈관 등을 활용하자는 등 다양한 제안이 나오고 있다. 저출산과 수도권 집중이 심각한 상황에서 지역 간 균형 발전은 필요하다. 대통령실 이전 문제는 선거 때면 으레 나오는 득표 전략이 아니라 체계적인 국토대전략 차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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