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선 제쳐두고 日 찾은 양향자…'이병철 자개함' 받아온 눈물 사연
“정말 와줬구나. 선거가 끝날 때까지는 괜찮으실 거야. 돌아가시지 않을 거야.”대문이 열리고 “향자에요” 소리가 들리자 백발의 하마다 요시에(濱田芳枝·98) 여사가 지팡이를 떨궜다. 양향자(58) 전 국회의원을 부둥켜안은 하마다 여사는 연신 눈물을 훔쳤다. 20일 일본 도쿄(東京)도 히가시야마토(東大和) 자택을 찾은 양 후보 역시 굵은 눈물을 떨궜다.


자녀가 없던 하마다 박사 부부는 한글을 공부해 편지를 보냈다. 37년간 쌓인 편지는 수백통. 양 전 의원이 결혼해 아이를 낳고, 그 아이가 커가는 모습을 보는 것은 부부에게 또 다른 행복이 됐다. 양 전 의원이 스마트폰에 저장한 ‘손주’ 영상을 틀자 하마다 여사의 얼굴에 웃음꽃이 피었다. 여사는 “여행 가면 사람들이 우리더러 닮았다고들 한다”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하마다 여사가 “옛 물건을 하나 찾았다”며 종이를 건넸다. 이병철 회장의 친필 메모였다. 하마다 박사의 전무 승진을 기념해 보낸 자개함에 들어있던 것으로 ‘축 삼성물산주식회사 회장 이병철’ 글씨가 또렷했다. 여사는 “남편이 늘 향자는 한국에서 온 딸이다, 언젠가는 대통령 선거에 나갈 거라고 했다”며 자랑스러운 표정으로 자개함을 안겼다. “할 수만 있다면 나라도 한표를 주고 싶다. 한국에 가져가 좋은 곳에 쓰라”면서다. 자개함을 받아든 양 전 의원은 눈물을 또 한 번 쏟았다.

하네다 공항으로 가는 길에 양 전 의원은 “하마다 박사는 일본이 가능한 것은 한국도 가능하다며 반도체에 확신을 갖게 해주신 분”이라며 “‘밤낮없이 일하는 것은 안타깝지만 그게 삼성’이라고 용기를 줬다”고 했다. 그는 “하마다 박사는 한·일 반도체의 가교(架橋) 역할을 하신 분”이라는 말을 남기고 김포행 비행기에 올랐다.
김현예([email protected])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