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진보 전사 된 左동연…"이재명 우클릭하면서 공간 생긴 것"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선 경제 관료 출신인 김동연 후보가 가장 강하게 ‘진보’를 강조하는 예상치 못한 장면이 펼쳐지고 있다. 지난 18일 MBC가 중계한 대선 경선 TV토론에서 한 김 후보의 이같은 발언은 “민주당이 보수 진영의 일부도 책임져야 하기 때문에 진보라 하긴 어렵다”고 한 이재명 후보나, “중도 보수까지 아울러 가는 정당이 되어야 한다”고 말한 김경수 후보와 차별화됐다.
김 후보는 21일 YTN 라디오에 출연해서도 이재명 후보의 실용주의 노선과 관련해 “실용적인 접근은 필요하지만 추구하는 가치 자체가 바뀌면 안 된다”며 “민주당은 진보의 가치로 중심을 분명히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증세 문제를 예로 들며 “정치권이 경쟁적으로 감세 경쟁을 벌이고 있지만, 나오는 얘기들 대부분이 ‘부자 감세’”라며 “민주당이 추구하는 복지국가 측면에서도 거꾸로 가는 길”이라고 지적했다.
다른 정책 영역에서도 김 후보는 진보 진영의 고전적 어젠다들을 강하게 내세우고 있다. 김 후보의 정책자료집 중 ‘여성이 안전한 사회’ 항목엔 비동의 강간죄 개정이 포함됐다. 비동의 강간죄 개정은 강간죄의 구성요건을 가해자의 폭행·협박 대신 피해자의 동의 여부로 바꾸는 것을 골자로 한다. 김 후보는 여성가족부 기능 확대도 공약으로 내걸었다. 또 대통령 직속 국가장애인위원회 신설도 공약으로 발표했다. 다른 두 후보가 언급하지 않은 부분들이다.
여론조사 업체 에스티아이의 이준호 대표는 “이재명 후보가 오른쪽으로 가니 김동연 후보가 자연스럽게 왼쪽 빈자리를 차지하는 모양새”라고 평가했다. 이 대표는 “지난 2월 이 후보가 ‘중도보수론’을 점화하기 전까지는 김동연 후보가 진보적 이슈에 목소리를 높인 적이 없다”며 “이 후보가 우클릭하면서 김 후보에게 공간이 생긴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민주당의 재선 의원은 “김동연 후보의 좌클릭은 관료출신으로 진영 정통성이 약하다는 본인의 약점을 커버하기 위한 시도”라고 말했다.
이같은 해석론에 대해 김동연 후보 캠프 관계자는 “김 후보는 가만히 있는데 이재명 가 이 후보가 오른쪽으로 가면서 김 후보가 진보 이슈를 차지하는 게 아닐까 싶다”며 “나쁠 건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나한.윤성민([email protected])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