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용 절감 마지막 카드? 법카 발급도 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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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발급 7년 만에 감소
경기 한파에 기업이 허리띠를 졸라매면서 법인카드 수가 감소하고 이용액이 늘어나는 속도도 더뎌졌다. 기업 씀씀이가 줄면서 내수 경기가 더 가라앉을 수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21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1월 기준 발급된 법인 신용카드는 1162만7000장이다. 해당 월을 기준으로 사용이 가능한 법인카드 누적 발급 장수를 뜻하는데, 지난해 12월(1164만9000장)보다 2만2000장 감소했다. 전월 대비로는 2018년 6월(-1만2000장) 이후 약 7년 만에 처음으로 줄었다.
1월 기준 법인카드 수가 감소한 건 신용카드 대란 당시인 2004년 1월(-16만 장) 이후 21년 만에 처음이다. 그간 법인 신용카드 발급이 좀처럼 줄지 않았단 점에서 이례적인 일이다.
법인 신용카드는 통상 사업자등록번호를 가진 법인 명의로 발급되는 카드를 말한다. 법인 통장 계좌와 연동해 결제금액을 회사 비용으로 처리한다. 법인카드 발급 증가세가 주춤한 건 기업이 경기 악화 등을 우려해 비용 절감에 나선 결과로 풀이된다.
여신금융협회 통계를 봐도 국내 8개 전업 카드사(삼성·신한·현대·KB국민·하나·롯데·우리·BC)의 올해 1분기(1~3월) 법인카드 신규 발급 건수는 6만6000건으로 전년 동기(6만8000건) 대비 줄었다. 반면 해지 건수는 7만6000건으로 1년 전(4만8000건)과 견줘 1.6배 증가했다. 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대내외 불확실성 증가로 경제위기에 대한 기업의 우려가 커지면서 법인카드 영업도 어려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법인카드 이용액이 늘어나는 속도도 둔화하는 추세다. 여신금융협회가 집계한 올 1분기 기준 국내 9개 카드사(전업 카드사와 NH농협)의 법인카드 이용액(세금·구매 전용 제외)은 38조299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41% 늘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 증가율(5.58%)보다 낮다.
실제 기업이 처한 대내외 여건은 악화하고 있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 1월 전산업 기업심리지수(CBSI)는 전월보다 1.4포인트 하락한 85.9로, 코로나 팬데믹 당시인 2020년 9월(83.4)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CBSI는 기업 경영자가 느끼는 경기 상황을 수치로 나타내는 것으로, 100 아래로 내려갈수록 경기가 나쁘다는 의미다.
기업은 인건비 절감을 위해 신규 채용도 줄이기 시작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지난 1월 근로자 50인 이상 국내 기업 508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 기업의 96.9%가 ‘올해 경제위기가 올 것’이라고 답했다. 국내 100인 이상 기업 500개사 가운데 올해 신규 채용 계획이 ‘있다’고 대답한 비율은 60.8%에 그쳤다. 2022년 72.0%, 2023년 69.8%, 2024년 66.8%에서 올해는 더 떨어졌다. 신규 채용 계획이 있더라도 채용 규모를 지난해보다 확대할 것이라는 응답은 13.8%에 불과했다.
일각에선 법인카드 이용액 둔화 흐름이 지속할 경우 내수 회복을 지연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양준석 가톨릭대 경제학과 교수는 “기업들이 법인카드 한도를 줄이면 주변 상권 등 타격을 입으면서 내수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며 “경기 부양을 위해선 기준금리 인하를 통해 추가경정예산의 효과를 확장시킬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경희([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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