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포스코, 라이벌이 힘 합쳤다…관세전쟁 공동 대응

21일 두 그룹은 ‘철강, 2차전지 소재 분야 등 포괄적 사업협력 위한 업무 협약식(MOU)’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서울 강남구 현대차 사옥에서 열린 협약식에는 한석원 현대차그룹 기획조정본부장(부사장)과 이주태 포스코홀딩스 미래전략본부장(사장) 등이 참석했다.
이번 협력의 핵심은 ‘제철소 공동 투자’다. 현대차그룹이 미국 루이지애나주에 총 58억 달러(약 8조2200억 원)를 투입해 건설하는 전기로 제철소에 포스코그룹이 투자자로 참여한다. 투자 지분 비율 등은 협의 중이라고 한다.
현대차그룹의 루이지애나 제철소는 자동차 강판 특화 제철소로, 연간 270만 톤(t) 규모의 열연 및 냉연 강판을 생산한다. 현대제철은 이곳에서 강판을 생산해 미국 내 현대차·기아 공장과 글로벌 완성차 업체 등에 공급할 예정이다. 포스코는 이 제철소 생산 물량을 일부 확보해 현지에서 직접 판매하는 방안을 현대차그룹과 협의 중이다.
포스코그룹은 미국에 생산 기지를 설립하지 않고도 현지 생산 교두보를 마련하는 효과를 얻게 됐다. 현재 포스코는 미국에 철강 가공센터를, 멕시코에 자동차용 강판 공장을 두고 있지만 제철소는 없어 한국에서 소재를 공급해야 한다. 이에 지난해 장인화 회장 취임 이후 미국에 쇳물부터 제품 생산까지 포괄하는 ‘현지 완결형 투자’를 추진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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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 현대차 미국 제철소에 전격 지분 투자
이재윤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경쟁 관계에 있던 두 기업이 힘을 합쳐야 할 정도로 트럼프 관세가 상당히 강력했고, 국내에서도 돌파구 마련이 쉽지 않았기 때문에 손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면서 “해외 제철소 투자시 위험 부담을 분산하고 추후 해외 판로 확보에서도 시너지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라고 말했다. 중국의 저가 철강 밀어내기로 국내 철강 시장이 위축된 상황에서 트럼프 관세까지 더해지자 양사가 미국 생산 시설을 공유하는 전략을 택했다는 분석이다. 포스코는 2023년 조강 생산량 3844만t으로 세계 7위, 현대제철(1924만t)은 18위다.
국내 철강 생산 1·2위인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1973년 현대차가 포니를 개발할 당시만 해도 협력 관계였다. 포스코가 포니용 강판을 공급했다. 하지만 현대차그룹이 인천제철(현 현대제철)을 인수하고, 2004년 충남 당진의 한보철강을 인수해 “고로(용광로) 건설에 적극 나서겠다”고 밝히면서 경쟁 체제로 바뀌었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와 제너럴모터스(GM)가 협력하는 사례처럼 포스코와 현대제철도 급변하는 산업 흐름에 맞춰 어제의 적을 오늘의 동지로 맞이한 것”이라고 말했다.
두 그룹은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광물인 리튬 및 음극재 공급망을 다변화하는 데도 협력한다. 현재 포스코그룹은 아르헨티나와 한국에서 수산화 리튬을 생산 중이며, 포항·광양·중국 등 포스코퓨처엠 사업장에서 전기차 배터리용 양·음극재를 생산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미국 및 유럽연합 등의 공급망 재편 및 무역 규제에 대응 가능한 배터리 원소재 확보에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수정([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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