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지혜의 시선] ‘조약동맹’의 무게

동맹의 안보 무임승차론을 맹신하는 트럼프가 스마를 괴롭히는 방식이 진화하고 있다. 1기 때 트럼프는 총액에 집착했다. 5배 증액에 전략자산 전개 비용, 병력 순환배치 비용도 내라고 우기더니 돈으로 못 준다면 몸으로라도 때우라는 식이었다. 호르무즈 해협에서의 호위 연합체 구성 등 다른 방위 활동 기여 리스트도 준비했다.
주한미군·방위비 저격 트럼프
관세 연계한 패키지 딜 압박
상호방위조약부터 들여다보길
관세 연계한 패키지 딜 압박
상호방위조약부터 들여다보길
다시 돌아온 트럼프는 이제 방위비 문제를 관세 등과 엮겠다고 한다. 아무리 이슈 연계 성향이 강한 그라 해도 ‘원스톱 쇼핑’이라는 표현을 이렇게 쓸 줄은 몰랐다. 우리나라의 대미 무역 흑자를 줄이고 방위비를 대폭 올리지 않는다면 주한미군이라도 뺄 기세다.
그렇지 않아도 미국은 중국 억제에 집중하고, 북한 등 역내 위협은 한국 등 동맹에 맡긴다는 미 국방부의 ‘임시 국가방위전략지침’이 공개된 뒤 주한미군의 역할 및 규모 변경 가능성을 두고 온갖 억측이 쏟아진다.
이 와중에 일본이 최근 한반도와 동중국해·남중국해를 하나의 작전 및 전쟁 구역(전구, 戰區)으로 묶는 ‘원 시어터(One theater)’ 구상을 제안했고, 미국이 호응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주한미군의 임무 성격을 대북 방어에서 중국 견제로 바꿀 수 있는 제안이다.
하지만 무턱대고 겁부터 먹기에 앞서 한·미 관계의 법적 본질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한·미 동맹을 떠받치는 3개의 축은 ▶안보 분야의 한·미 상호방위조약 ▶경제 분야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에너지 분야의 한·미 원자력협정이다. 이 중 근본이 상호방위조약이다. 그래서 한·미를 ‘조약동맹’이라 부른다.
미국은 손을 떼고 한국에 대북 방어를 맡기겠다는 구상은 상호방위조약의 전문과 충돌한다. 전문은 “어떤 잠재적 침략자도 한국이나 미국이 태평양 지역에서 홀로 서 있다는 환각(illusion)을 갖지 못하도록…공통의 결의”를 명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조약 2조는 “어느 한쪽이 위협받을 때…저지를 위해 적절한 수단을 지속·강화한다”고 명시한다.
주한미군의 타 분쟁지 투입을 비롯한 임무 변경은 그 자체로도 까다롭고 장시간이 소요되는 일일뿐더러 역시 상호방위조약에 어긋난다. 조약 4조는 양국이 “합의 하에 미 육·해·공군을 한국 영토 내와 그 부근에 배치한다”고 규정한다.
또 상호방위조약을 근거로 1992년 발효한 ‘한·미 간 전시지원에 관한 일괄협정’은 ▶미국은 한국의 안전보장과 영토보전을 공약한다 ▶한국 내 미 군사요원은 군사적 억지력으로서 역할하며, 한국 방위에 대한 미국 공약의 명백한 표시다 ▶미국은 위기, 적대행위 또는 전쟁의 경우에 한반도에 군대를 증원할 계획을 유지한다고 명시한다.
방위비 협정 역시 근거는 상호방위조약이다. 줄여 부르지만, 공식 명칭 자체가 ‘한·미 상호방위조약 제4조에 의한 시설과 구역 및 주한미군 지위 협정(SOFA) 제5조에 대한 특별조치에 관한 한·미 간 협정’이다.
SOFA 5조는 원래 시설과 구역을 제외한 주한미군 주둔 경비는 모두 미국이 부담하도록 했다. 하지만 90년대 한국이 경제적 성장을 이루며 미국의 요구에 따라 경비 일부를 부담하기 시작했다. 원칙은 미군 전액 부담이지만, 예외적으로 한국이 분담하는 것이라 특별 협정이 된 것이다.
그것도 한국이 부담하는 항목은 인건비(주한미군 한국인 근로자 임금), 군사건설비, 군수지원비 등 3개로 못 박혀 있다. 이외에 다른 비용을 지불할 수 있는 법적 근거는 없다. 지난해 타결된 12차 방위비 협정까지 한 번도 쉬운 협상은 없었지만, 한국 협상팀은 한 번도 이를 양보하지 않았다.
이처럼 양국을 묶어주는 근본적인 조약과 협정을 살펴보면 트럼프가 제기한 ‘방위비-관세 원스톱 쇼핑’은 조약을 깨자는 것이나 다름없는 무리하고 무지한 주장이란 걸 알 수 있다. 우리의 방어 논리도 이를 근거로 찾아야 한다.
방위비 총액과 유효 기간, 연 증가율, 금액을 먼저 정하는 지금의 총액형에서 지출 내역을 근거로 도출하는 소요형으로의 제도 개선 등 방위비 협정 내의 쟁점 현안을 놓고 주고받는 패키지 딜은 몰라도 이를 관세와 엮는 패키지 딜은 위험하다. 안타깝지만 역시 원스톱 쇼핑의 덫에 걸려 우리보다 먼저 매를 맞게 된 일본의 대미 협상 전략과 결과를 지켜보는 게 우선이다.
유지혜([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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