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용병' 찾는 국민의힘…한덕수 멈춰서면 어떡할건가 [현장에서]

22일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의 대선 출마를 기원하는 국민의힘의 모습을 지켜보다 8년 전 기억이 떠올랐다. 당 밖의 외부 인사에게 기대를 거는 모습은 예나 지금이나 같다. 다른 점은 당시 반 전 총장을 지원하려던 의원들은 당을 깨고 나가 그를 모실 둥지를 만들어놓고 기다렸다면, 지금은 당 안에서 외부인의 선전을 기대한다는 점이다. 당장 이날 당 후보를 4명으로 압축하는 1차 경선 컷오프 발표날이었지만, 국민의힘에선 자당 후보가 누가될지에 대한 기대보단 당 밖의 ‘한덕수 추대위’ 발족에 눈을 돌리는 이가 적지 않았다.
이미 한 대행의 등장을 바라는 이들은 특정 후보 캠프로 쏠리고 있다. 대표적인 한 대행 대선 차출론자인 박수영 의원은 지난 17일 김문수 후보 캠프에 합류하며 ‘김 후보를 대통령으로 만들겠다’는 이유 대신 “김 후보를 반드시 경선 1위로 만들겠다”고 했다. 한 대행과 김 후보의 단일화를 전제로 캠프에 합류했다는 의미다. 뿐만 아니라 내심 한 대행의 대선 출마를 바라는 이들 상당수가 김 후보 캠프에 둥지를 틀었다.

부작용은 크다. 보수 1위를 기록하던 김문수 후보의 지지율은 최근 들어 정체를 보이고, 유력 후보였던 오세훈 서울시장은 불출마를 선언했다. 이 와중에 경선에 ‘당심(黨心)’ 반영 비율이 높다 보니 보수 지지층에 어필하기 위한 날 선 공방이 오가며 후보 간 감정의 골도 깊어지고 있다. 홍준표 후보의 “키높이 구두” 공세에 한동훈 후보 측이 “눈썹 문신”으로 응수하는 등 수준 낮은 공방에 경선 후유증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대선 승리를 위한 ‘한덕수 차출론’이 이해 안 가는 바는 아니다. 하지만 지난 두 번의 대선처럼 자당 후보를 키우지 않고 무작정 외부 인사에 기댔던 대가가 참혹했다는 점도 기억해야 한다. 수십 년 공직 생활을 했던 반 전 총장은 본격적인 검증 공세가 시작되자 20일 만에 무너졌다. 반대로 지난 대선에서 이긴 윤석열 전 대통령은 ‘대망론’에 가려 제대로 된 검증을 받지 않은 탓에 작금의 보수 위기를 초래했다. 무엇보다 한 대행만 바라보고 목을 맸는데, 그가 레이스 도중 갑작스레 멈춰 서면 어쩔 것인가. 8년 전처럼 폭음하며 신세 한탄만 하기엔 국민의힘이 져야 할 책임의 무게가 가볍지 않아 보인다.
김기정([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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