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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비엔 이름만" 검박한 유언…교황, 장식 하나 없는 관에 누웠다

 21일(현지시간) 바티칸 산타 마르타의 집 1층 경당에서 이뤄진 프란치스코 교황의 입관식에서 피에트로 파롤린 교황청 국무원장(왼쪽)이 입관한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기도하고 있다. AP=연합뉴스
프란치스코 교황이 선종한 21일(현지시간), 바티칸 성베드로 광장에선 교황을 위한 묵주 기도를 드리는 사람들의 발길이 밤 늦게까지 이어졌다. 이날 오후 7시 30분에 열린 공식 추모 기도회가 끝난 뒤에도 사람들은 자리를 떠나지 못했고, 이들이 든 촛불로 인해 광장은 밤이 깊어질수록 빛났다. 수산나 알몬티(60)는 뉴욕타임스와 인터뷰에서 “가톨릭 신자는 아니지만, 교황의 말씀은 항상 내 영혼을 울렸다. 그는 가난한 이들을 위해 헌신했다”며 눈물을 훔쳤다.

일부는 광장 중앙의 대성당 발코니를 굳은 표정으로 바라봤다. 전날만 해도 교황은 이곳에서 “사랑하는 형제자매들이여, 행복한 부활절을 기원한다”며 신도들을 축복했다.



최후 예감한 교황…고통 속에도 신도 축복

프란치스코 교황이 지난 20일 바티칸 성베드로 광장에서 전용 차량을 타고 군중들을 향해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차를 타고 군중들에 인사까지 했지만, 마지막 인사였다. 영국 더타임스는 “지난달 23일 퇴원한 교황은 최소 2개월은 휴식하라는 의료진 경고에도 외부 활동을 빠르게 재개했다”며 “부활절에 바티칸에 모였던 이들은 교황이 이번이 마지막 순간이 될 것을 직감하고, 고통스러운 표정 속에서도 군중에게 꼭 직접 인사하기로 결심한 것처럼 느꼈다”고 전했다. “교황 만세(Viva il Papa)”란 구호도 평소보다 작았다고 한다.

이날 오후 8시 교황청은 교황의 거처인 산타 마르타의 집에서 입관식을 진행했다. 공식적인 교황의 관저는 전통적인 거주지인 사도궁이지만,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곳을 사용하지 않고 교황청 사제들의 기숙사인 산타 마르타의 집에 거주했다.

21일(현지시간)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에서 열린 프란치스코 교황을 위한 묵주 기도회에 참석한 신자들의 모습. EPA=연합뉴스
교황의 선종 소식을 처음 알린 케빈 패럴 추기경(교황청 궁무처장)이 1시간에 걸쳐 교황의 시신을 관에 안치하는 의식을 주재했다. 22일 교황청이 공개한 사진 속에서 교황은 머리에 미트라를 쓰고 손에는 묵주를 든 채 붉은 예복을 입고 관에 누워 있었다.

교황의 관은 이전 교황들과 같이 삼나무관과 아연관, 참나무관을 3중으로 쓰지 않고 아연으로 덧댄 목관 하나만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간소한 장례를 하자’는 그의 뜻에 따라 지난해 11월 개정된 교황 장례 예식서에 의한 것이다.교황의 시신은 이전엔 ‘카타팔케’라고 부르는 허리 높이의 단상에 안치됐지만, 프란치스코 교황은 성대한 장식 없이 개방형 관에 누운 채 조문을 받을 예정이다.
김영옥 기자

패럴 추기경은 또 사도궁 출입문에 빨간 리본을 달고 문을 묶어 리본에 밀랍 인장을 찍었다. 교황의 공식 관저를 봉쇄함으로써 프란치스코 교황의 재위가 공식적으로 종료됐음을 알리는 의식이다.
교황청의 케빈 패럴 추기경이 21일(현지시간) 바티칸 사도궁에서 애도 기간의 시작을 상징하는 교황 관저 봉쇄 의식을 치르며 출입문에 빨간 리본을 묶고 있다. AP=연합뉴스

입관식과 함께 교황의 유언도 공개됐다. 자신을 어떻게 매장할지에 대한 내용이었다. 그는 “나는 부활의 날을 기다리며, 내 유해가 산타 마리아 마조레 대성전에 안장되기를 청합니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무덤은 흙 속에 만들고, 특별한 장식 없이 소박하게, 그리고 묘비명은 그저 ‘프란치스코(Franciscus)’라고만 써주십시오”라고 했다.

21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로마 산타마리아 아돌로리아 성당에서 한 수녀가 프란치스코 교황의 사진 앞을 지나가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그동안 선종한 교황 265명 중 140명 이상이 묻힌 바티칸의 성베드로 대성당을 택하지 않은 것이다. 바티칸이 아닌 로마의 산타 마리아 마조레 대성전에 안장되는 교황은 1669년 클레멘스 9세 이후 처음이다. 이를 위해 프란치스코 교황은 생전에 선종 후 성베드로 대성당이 아닌 다른 곳에 안장될 수 있도록 규정도 개정했다.



교황청 “장례식 26일 성베드로 대성당 거행”

교황청은 22일 교황의 장례식을 선종일로부터 5일이 지난 오는 26일 오전 10시(한국시간 26일 오후 5시) 성베드로 대성당에서 치른다고 발표했다. 교황의 관은 23일 오전 9시 성베드로 대성당으로 옮겨져 장례식 전까지 일반인의 조문을 받는다. 교황청은 또 교황의 선종 원인은 ‘뇌졸중에 따른 심부전’이라고 밝혔다.
차준홍 기자
장례식 기간 전 세계 추기경과 각국의 정상을 비롯한 고위 인사들이 대성당을 찾게 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1일 소셜미디어를 통해 부인 멜라니아 여사와 로마에서 열릴 장례식에 참석하겠다고 밝혔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참석 의사를 밝혔다. 한국 외교부도 바티칸으로 조문단 파견 검토에 들어갔다. 지난 2005년 요한 바오로 2세 교황 선종 당시 한국은 총리를 단장으로 한 조문 사절단을 파견했다.

21일(현지시간) 밤 바티칸 성베드로 광장에서 한 관람객이 무릎을 꿇고 프란치스코 교황의 선종을 추모하는 기도를 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장례식이 끝난 뒤 2∼3주가 지나면 전 세계 추기경단은 사도궁 안에 있는 시스티나 경당에 모여 새 교황 선출을 위한 콘클라베가 열린다.



이승호.박현주.김지선.김은지([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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