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앞두고 재점화한 ‘노인 무임승차’…“현실적 설계 갖춰줘야”

제21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나온 노인 대중교통 무임승차 공약에 대해 정치권과 시민 사이에서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고령화 사회에 필요한 노인 복지 정책이라는 의견과 함께 표심을 위한 선심성 공약에 그칠 것이란 우려도 만만치 않다. 치밀한 설계를 통해 현실적인 방안이 마련돼야 한단 지적이 나온다.
지난 20일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는 고령층의 무임승차를 지하철에서 버스로까지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했다. 출퇴근 시간대를 피해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65세 이상 고령층에 버스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게 골자다. 보건복지부가 지난해 10월 발표한 ‘2023년 노인실태조사’에서 고령층이 가장 선호하는 교통수단으로 버스(48.1%)가 꼽혔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지난 21일엔 홍준표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가 노인 기준을 기존 65세 이상에서 70세 이상으로 상향 조정하겠다고 했다. 홍 후보가 대구시장이었던 지난해 2월 대구시는 지하철 무임승차 기준 연령 상향을 발표한 바 있다. 대구시는 올해부터 매년 한 살씩 무임승차 적용 기준을 높여 2028년부터는 지하철 요금 면제 기준이 70세 이상이 되도록 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노인 버스 무임승차 공약은) 대책 없이 퍼주는 빈곤한 정치 철학”이라며 “전국 65세 이상 노인 전체에게 교통 바우처를 제공하는 것이 훨씬 공정하다”고 비판했다.
노인 대중교통 공약은 선거철마다 등장하는 단골 이슈다. 그때마다 정치권뿐 아니라 시민 사이에서도 다양한 의견이 나온다. 매일 버스를 타고 서대문구 복지관에 간다는 허귀례(86)씨는 “무릎이 아파 지하철 계단은 오르내리기가 힘들다”며 “매달 버스비로 9만원 정도를 쓰는데, 버스를 무료로 타게 해주면 정말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오모(60)씨는 “지하철도 지금 적자라고 들었는데, 버스마저 무임승차를 하게 해주면 마찬가지가 될 것 같아 걱정된다”고 했다.
노인 인구가 증가하면서 65세 이상 버스 이용객 비율도 함께 늘고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만 65세 이상 어르신 우대용 교통카드로 버스를 이용한 건수는 2020년 4643만 9000건에서 지난해 5465만 8000건으로 증가했다. 65세 이상 이용객이 후불형 교통카드를 사용한 경우를 합치면 65세 이상 버스 이용 건수는 훨씬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공약 실현의 주요 난관은 재원 마련이다. 2004년부터 회사는 민간이 운영하고 수입 부족분은 서울시 예산으로 보전하는 ‘버스 준공영제’를 시행 중인 서울시의 경우 지난 4월 기준 시내버스의 누적 적자는 950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 한 해 동안 발생한 적자만 약 4800억원에 이른다고 한다. 서울시 버스정책과 관계자는 “현재 적자가 많이 쌓여 있는 상태”라며 “어르신의 버스 요금 무료화에 대해선 논의되고 있지 않다”라고 말했다.
결국 재원 마련 등 구체적인 설계가 뒷받침하는 방안이 제시돼야 한단 지적이 나온다. 금기정 명지대 교통공학과 교수는 “구체적으로 어떤 분들이 얼마만큼 혜택을 받을 수 있고, 이에 대한 재정적 규모가 어느 정도 필요한지를 먼저 조사해봐야 한다”며 “가능한 한 경제적 부담이 적은, 재정 적자 상황이 발생하지 않는 방안으로 지혜를 모으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고준호 한양대 도로교통학과 교수는 “어르신 무임승차 제도는 재정 적자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할 필요가 있다”며 “어르신들이 많이 이용하는 특정 노선에서만 무임승차를 적용한다거나 승차 횟수를 제한하는 등 구체적인 방법이 동반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전율([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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