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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라나는 식물의 온화함…매 순간 나를 안아줬다”

22일 문학과지성사가 언론에 선공개한 한강 신작 빛과 실은 미발표 산문 세 편을 포함한 총 열 두편의 시와 산문으로 이뤄져 있다. 미발표 원고는 대부분 저자가 마당에서 식물을 키우며 느낀 생명의 경이로움에 관한 글이다. [AFP=연합뉴스]
문학과지성사가 24일 정식 출간되는 한강 작가의 신간을 22일 언론사에 선공개했다. 단행본의 제목은 『빛과 실』(사진). 지난해 12월 스웨덴 스톡홀름 한림원에서 발표한 노벨상 강연문 제목을 가져다 썼다.

책은 2013년부터 2024년 사이 쓴 여섯 편의 산문과 여섯 편의 시를 묶었다. 이 중 미발표작은 북향의 정원에서 자라는 식물을 관찰하며 쓴 산문 ‘북향 정원’(2022), 작가가 2019년 본인 명의의 첫 집을 마련한 뒤 네 평짜리 정원을 가꾸며 쓴 짧은 일기를 모은 ‘정원 일기’(2021~2023), 글쓰기에 대한 사랑을 담은 시 ‘더 살아낸 뒤’(2023) 등 총 세 편으로, 모두 노벨상 수상 이전 쓰였다.

미발표작 분량의 99%는 ‘식물 관찰기’다. 북향의 정원에서도 기어이 싹을 틔우는 식물과 그것들을 바라보는 ‘식집사’(식물 집사) 한강의 섬세한 시선이 곳곳에서 드러난다. 음지에 뿌리내린 식물을 키우기 위해 여덟 개의 탁상용 거울을 마당에 설치한 뒤 반사광을 쬐어주는 저자의 일상이 담겼다. 한강은 15분에 한 번 씩 거울의 각도를, 사흘에 한 번 씩 거울의 위치를 바꾸며 생명을 키워나갔다. 나무들에게 빛을 골고루 나눠주기 위해 거쳐야 하는 다소 수고스러운 이 과정을 그는 다음과 같이 기록했다.

“이 일이 나의 형질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다는 것을 지난 삼 년 동안 서서히 감각해왔다. 이 작은 장소의 온화함이 침묵하며 나를 안아주는 동안. 매일, 매 순간, 매 계절 변화하는 빛의 리듬으로.”

산문 중간 중간엔 작가가 직접 휴대폰으로 찍은 식물 사진이 실렸다.

세 편의 미발표작 중 유일한 시, ‘더 살아낸 뒤’에는 어느덧 지천명을 넘긴 저자의 소명 의식이 담겼다. 그에게 글쓰기란 “인생을 꽉 껴안아보는” 일이며, “충분히 살아내는” 일이다.

“더 살아낸 뒤/죽기 전의 순간 이런 생각을 할 수 있을까?//나는 인생을 꽉 껴안아보았어./(글쓰기로.)//사람들을 만났어./아주 깊게. 진하게./(글쓰기로.)//충분히 살아냈어.(글쓰기로.)//햇빛./햇빛을 오래 바라봤어.”

1979년 한강이 쓴 시. 45년 후 노벨문학상 강연문의 일부가 된다. [사진 문학과지성사]
미발표작 외에는 세 편의 노벨상 관련 산문이 실렸다. 지난해 스웨덴에서 발표한 노벨상 강연문 ‘빛과 실’, 노벨상 수상 소감 ‘가장 어두운 밤에도’, 노벨박물관에 기증한 찻잔에 대한 짧은 산문 ‘작은 찻잔’이다. ‘코트와 나’, ‘북향 방’, ‘(고통에 대한 명상)’, ‘소리(들)’, ‘아주 작은 눈송이’ 등 다섯 편의 시는 2021년부터 2024년 사이 문예지 등에 기고한 것을 묶었다.

마지막 페이지를 장식하는 것은 여덟 살의 저자가 쓴 사랑 시. 정확히는 그 육필 원고를 찍은 사진이다. 45년 후 노벨문학상 강연문의 일부가 돼 전세계에 울려 퍼진, 바로 그 시다.

“사랑이란 어디 있을까?/팔딱팔딱 뛰는 나의 가슴 속에 있지.//사랑이란 무얼까?//우리의 가슴과 가슴 사이를 연결해주는 아름다운 금실이지.”

한편, 세계 책의 날(23일)을 맞아 22일 온라인서점 예스24가 발표한 ‘지난 10년간 가장 많이 팔린 책’에서 한강의 소설 『소년이 온다』가 1위에 올랐다. 한강의 또 다른 소설 『채식주의자』는 6위, 『작별하지 않는다』는 7위를 차지했다.





홍지유([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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