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대선 주자들, 의료 난맥상 해법 제시하길

의대 정원 증원 이후 후유증 심각
비정상 정책들 속히 대수술하고
의·정 갈등 정상화할 방안 찾아야
비정상 정책들 속히 대수술하고
의·정 갈등 정상화할 방안 찾아야

국민의 불편도 늘어나고 있다. 상급종합병원의 진료가 필요한 환자들은 치료받을 병원을 제때 찾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응급 차량에 실려 거주지와 먼 지역을 전전한다. 중증환자의 진료 대기 시간도 길어져서 국민의 원성을 사고 있다.
군대에서는 군의관이 부족하고 무의촌에서는 공중보건의가 부족한 상황이다. 의대생들이 복무 기간이 긴 군의관 대신 현역 병사로 입영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지방 대학병원의 경우 의대생과 전공의를 교육할 교수 요원도 전공의 없는 병원을 지키다 지쳐 줄줄이 사직해 인력이 태부족이다.
기피과로 지칭되는 외과나 흉부외과, 산부인과는 상황이 좋아져도 전공의들이 복귀하지 않고 있다. 교수들은 “전공의 대신 진료를 위해 PA(의사 보조인)를 선호한다”는 말을 서슴지 않는다. PA를 선호하는 교수들의 이야기가 알려지자 현장에서 사제지간의 간극이 커졌다.
이런 상황이 지속하면 대표적인 기초 의료 분야인 외과계는 제대로 수술을 가르쳐 줄 환경이 조성되지 못하게 된다. 수술을 제대로 배우지 못하니 전공의들은 더욱 외과계를 기피하는 악순환에 빠진다. 여기에 수련 시간을 주 88시간에서 주 72시간으로 더 줄이면 환자 진료가 곧 경험이 되는 전공의들은 교육받을 기회를 더욱 잃게 된다. 위급한 환자를 살리겠다고 수술하면 민사 소송이나 형사 처벌 가능성이 더 커진다. 이렇게 되자 젊은 의사들은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정부의 불통 정책이 윤석열 대통령 파면 이후에도 이어지면서 의정 갈등이 해소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대한의사협회가 최근 의료개혁특위 활동을 중단해 달라고 요구했으나 보건복지부는 “의료 개혁을 멈출 수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급기야 지난 20일 의료계는 의대생들과 함께 서울에서 집회를 열어 정부의 태도 변화를 촉구했다.

대통령 파면과 함께 의료 개혁으로 포장해 온 비정상적인 정책들도 함께 폐기되기를 의료계는 바란다. 예컨대 2008년 시작된 ‘요양기관 당연 지정제’와 ‘상대가치 점수제도’는 대수술해야 한다. 이런 제도로 인해 의료 서비스가 왜곡됐고 기피과가 생겼다. 지금처럼 과도한 의료 이용 현상을 방치하면 재정 지출도 급증하고, 건강보험료율도 법정 한계치(8%)를 곧 넘어설 것이다.
의료계도 변해야 한다. 주 40시간 근로자들보다 2배 이상 많은 주 88시간 전공의 근로 시간의 단축을 주장하면서 의대 정원 증원에 반대하는 것은 본말전도다. 한의사가 포함된 의사 수를 따지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에 못 미치는 것도 사실이다.
정부는 일부 잘못된 건강 보험법과 급여 체계에 대한 전면적인 개편이 필요함을 솔직히 인정해야 한다. 경증 질환에 대한 의료 이용량 감축 방안과 건강보험 재정 확보 방안을 국민 앞에 제시해야 한다. 정부와 의료계가 신뢰 관계를 회복해야 한다. 의사 단체에 자율 징계권을 주는 것이 신뢰회복의 한 방편이 될 수 있다.
트럼프 정부의 관세 폭탄과 심각한 내수 경기 침체 등 해결해야 할 문제가 산적해 있지만, 국민의 생명·건강과 직결된 의료 정책과 의·정 갈등도 시급하게 정상화해야 한다. 6·3 조기 대선에 출마한 후보자들은 교착 국면을 타개할 방향과 구체적 대책을 제시해 국민의 선택을 받기 바란다.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이세라 대한외과의사회 명예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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