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진보 교황이면 교회 분열"… 가톨릭서도 보혁 논쟁

가톨릭 보수 진영의 중심 인물인 게르하르트 뮬러 추기경은 23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더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정통파 교황이 선출되지 않는다면 교회가 두 갈래로 쪼개질 우려가 있다"고 경고했다. 진보적 성향의 성직자가 교황직에 오를 경우 교회 분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뮬러 추기경은 "문제는 보수와 진보의 싸움이 아니라 정통과 이단의 문제"라며 "매일 언론 반응에 따라 입장을 바꾸는 이단적인 교황이 선출되면 재앙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후임 교황이 세상의 박수를 받기 위해 가톨릭을 단순한 인도주의 단체로 만들려 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또 그는 "가톨릭 신앙은 교황에게 맹목적으로 순종하는 것이 아니라 성경과 교리, 전통을 존중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같은 발언은 교리보다 포용과 자비를 우선한 프란치스코 교황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독일 출신의 뮬러 추기경은 생전 프란치스코 교황의 개혁 노선이 성경의 가르침에 어긋난다며 공개적으로 반대해 왔다. 2017년에는 당시 바티칸 신앙교리부 장관이었던 그가 '이단'이라는 표현까지 사용해 프란치스코 교황을 비판한 끝에 장관직에서 해임됐다.
이후에도 그는 2023년 프란치스코 교황을 비판하는 서적을 출간했다. 그는 이 책에서 교황이 중국 공산당이 임명한 주교를 승인한 협약을 나치 독일 시절 히틀러와 바티칸의 관계에 빗대며 "악마와는 협정을 맺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 교황에 대한 언론의 호의적 보도를 언급하며 "추기경들이 언론 보도에 지나치게 휘둘리면 안 된다. 진리 안에서 교회를 통합할 수 있는 인물을 선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수 진영의 이 같은 목소리가 실제 콘클라베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지는 불확실하다. 다만 교리와 전통을 중시하는 여론은 가톨릭 신자들 사이에서도 존재한다.
특히 미국 보수파 신자들 가운데 일부는 프란치스코 교황에 대해 강한 거부감을 보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측근 로저 스톤은 최근 엑스(X)에 교황 선종 관련 보도에 대해 "역겹다"며 "그는 정당한 교황이 아니고, 성경과 교리를 반복적으로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대선에서 미국 가톨릭 신자의 58%가 낙태와 성 정체성에 보수적 입장을 고수하는 공화당을 지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해준([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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