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현의 뉴스터치] 법사와 돈뭉치
윤석열 전 대통령 가족과 친분이 있는 무속인으로 알려진 건진법사 전성배(64)씨에 대한 검찰 수사에서 일반인은 구경하기 힘든 한국은행 ‘관봉권(官封券)’이 압수돼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관봉권은 한국은행이나 조폐공사에서 새로 발행된 지폐를 일정 수량씩 밀봉한 돈이다. 검찰은 지난해 12월 서울 서초구 전씨의 주거지에서 1억6500만원을 압수했으며 이 중에 별도 포장된 5000만원이 있었다고 한다. 비닐 포장된 돈뭉치엔 한국은행 발권국 표시와 바코드, ‘권종 50,000원권’, ‘금액 50,000,000’, 기기번호, 담당자와 책임자, 발권 시간정보(2022-05-13 14:05:59)가 찍힌 스티커가 붙어 있었다. 한국은행은 “관봉권 형태의 돈뭉치는 개인에게 반출되지 않는 게 정상”이라는 입장이다.
돈의 출처와 용도를 캐고 있는 검찰은 전씨가 정관계의 청탁 브로커 역할을 했을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발권 시점이 윤 전 대통령 취임(5월 10일) 사흘 뒤라는 점에도 주목한다. ‘법사폰’이라 불린 전씨의 휴대전화에서는 청탁자들이 그를 ‘하늘님’으로 부르며 청탁한 정황이 드러났다. 이에 대해 전씨는 “기도비로 받은 돈이며 준 사람은 기억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관봉권은 과거에도 ‘어둠의 경로’를 드러내는 증거로 등장했다. 이명박 정부 때인 2012년, 국무총리실의 민간인 불법사찰 의혹을 폭로한 장진수 전 주무관은 “입막음용으로 받았다”며 관봉권 5000만원을 공개했다. 이 돈은 청와대 민정비서관이 국가정보원으로부터 받은 특수활동비로 조사됐다. 당시 관봉권은 한국은행 띠지로 5만원권 100장씩 십자(十字)로 묶은 뭉치 10개였다. 또다시 등장한 관봉권이 권력과 돈의 연결고리에 대한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김승현(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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