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연합뉴스) 김지연 특파원 = "브로드웨이의 청사진을 따랐지만 우리 웨스트엔드만의 공연을 만들었죠."
미국 뉴욕의 브로드웨이를 거쳐 영국 런던 웨스트엔드에 상륙한 한국 제작사의 창작 뮤지컬 '위대한 개츠비'의 주연 배우 프랜시스 메일리 맥캔은 24일(현지시간) 개막 공연이 끝나고 나서 취재진에게 이렇게 말했다.
F. 스콧 피츠제럴드의 1925년 동명 소설을 옮긴 뮤지컬 '위대한 개츠비'는 1920년대 '재즈시대'의 뉴욕을 배경으로 신흥 부자 제이 개츠비와 그가 사랑하는 데이지 뷰캐넌의 이야기를 다룬다.
잉글랜드 배우로 '헤더스 더 뮤지컬', '레미제라블', '물랑루즈'로 이름을 알린 제이미 무스카토가 개츠비를, 스코틀랜드 출신으로 '프리실라, 사막의 여왕, '레미제라블', '보니 앤 클라이드'에 출연한 프랜시스 메일리 맥캔이 데이지 뷰캐넌을 맡았다.
두 배우는 모두 브로드웨이에서 '위대한 개츠비'의 성공에 웨스트엔드 출연을 고대했다고 한다.
무스카토는 "브로드웨이에서 놀라운 성공을 거뒀다는 걸 알고 있었기에 출연하게 돼 정말 신났다"며 "함께하게 된 것이 정말 기쁘다"고 말했다.
맥캔은 "브로드웨이 공연을 봤고 정말 좋았다"며 "웨스트엔드에도 이 작품이 올 수 있다는 말을 듣고선 '이목을 집중하고 있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6개월도 안 돼서 역할을 맡게 됐다. 정말 멋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배우들은 브로드웨이와 웨스트엔드 공연은 다르다는 점을 강조했다. 브로드웨이와 웨스트엔드 작품 모두 오디컴퍼니의 신춘수 대표가 제작을 진두지휘했고 마크 브루니가 연출을 맡았다.
그는 "우리는 브로드웨이 작품의 청사진을 따르면서도 우리가 해석해내고 우리만의 것으로 만들었다"며 "배우로서 정말 놀라운 선물이다. 창의력을 발휘하도록 허용됐고 그럴 수 있어 정말 좋았다"고 말했다.
무스카토 역시 신춘수 대표와 작업을 설명하면서 이 부분을 짚었다. 그는 "신 대표가 예술적으로 자유를 많이 줬다"며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 만사에 대한 대화를 많이 했다"고 소개했다.
신 대표는 앞서 개막 공연 전 레드카펫 행사에서는 무스카토에 대해 "뛰어난 배우이면서 인간성까지 좋다"고 추어올렸다.
극을 주도해 나가는 두 배우 외에도 코빈 블루(닉 캐러웨이), 앰버 데이비스(조던 베이커), 레이첼 터커(머틀 윌슨), 존 로빈스(톰 뷰캐넌) 등 조연 배우들이 탄탄하게 작품을 받쳐준다.
브루니 연출은 "환상적이다. 웨스트엔드 최고의 배우들과 가수들로 구성된 올스타팀"이라고 말했고, 신 대표도 "좋은 팀워크로, 행복한 에너지로 작업하고 있다"며 배우들의 앙상블을 높이 샀다.
'위대한 개츠비'는 '미국의 영혼'이라 불릴 정도로 미국인들이 자부심을 갖는 문학 작품이다. 그만큼 타이틀롤인 개츠비는 미국 한 시대의 상징적인 인물이다.
이를 영국 배우로서 연기하면서 무스카토는 원작 소설을 깊이 파고드는 접근법을 택했다고 한다.
그는 "책을 아주 많이 읽었다. 매일 리허설 하는 길에 우리가 할 구절을 다시 읽고 제게 유용할 만한 부분에 하이라이트를 하곤 했다"며 "원 자료로 돌아가 피츠제럴드가 생각한 개츠비란 도대체 누구일까 열심히 연구했다"고 소개했다.
한국의 '위대한 개츠비' 팬들에 대한 인사로는 "개츠비와 함께 한 시간을 정말로 즐기고 있다. 많이 봐주세요"라며 관심을 당부했다.
런던 관객의 초기 반응은 뜨거운 편이다. 지난 11일부터 전날인 23일까지 이어진 프리뷰 공연은 매진됐다.
맥캔은 "처음에는 반응이 어떨지 몰라서 꽤 무서웠는데 첫 공연부터 반응이 놀라운 수준이다. 만원을 이루고 있고 반응도 정말 좋다"고 기뻐했다.
그는 "이미 여러 차례 반복해서 보러 오는 분들이 있다"며 "실제로 계속 새로 볼 만한 것들이 있다. 세트, 디자인, 의상, 음악, 안무 등 즐길거리가 정말 많은 풍성한 작품"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