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목, 日과 다른 협상전략 썼다…베센트도 놀란 '7월 패키지'
지난 16일(현지시간) 일본의 협상 대표인 아카자와 료세이 경제재생상은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50분간 별도 대화를 나눈 뒤 ‘마가(MAGA·Make America Great Again) 모자’를 쓰고 두 엄지를 치켜 세웠다. 한국의 협상 대표단은 24일 백악관 옆 재무부에서 ‘2+2 장관급’ 회의를 하며 조선업을 상징하는 기념주화를 선물로 건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과의 본협상이 시작되기도 전에 “큰 진전을 이뤘다”는 글을 올렸지만, 한국과의 협상에 대해선 침묵했다. 협상 결과에 대한 질문을 받고서도 답변을 스콧 베센트 미 재무장관에게 넘겼다. 8일의 시간차를 두고 진행된 일본과 한국의 대미 관세 협상은 이처럼 상당한 차이를 보였다. 다만 어느 쪽이 실익을 챙기게 될지는 아직 아무도 모른다.
일본은 협상 전부터 스텝이 꼬였다. 협상단을 이끈 아카자와 경제재생상의 비행기가 이륙한 이후 트럼프 대통령이 “회의에 참석한다”고 치고 들어오면서다. 트럼프 대통령의 깜짝 등장으로 주목도는 높아졌지만, 일본 특유의 철저한 준비를 거친 대규모 협상단은 협상 방식을 비행기에서 내린 뒤에야 급히 수정해야 했다.
한 외교 소식통은 이날 중앙일보에 “협상 당일 주미 일본대사관 앞에는 버스 10여대가 도열했을 정도로 초대형 협상단이 왔다”며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깜짝 등장으로 장소가 백악관으로 변경되면서 인원 제한 때문에 협상장엔 극소수만 들어갔다”고 했다.
이 바람에 아카자와 경제재생상은 참모들의 제한된 지원 사격을 받았다고 한다. 그리고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사인한 마가 모자를 쓴 일본 대표의 모습을 협상의 성과물로 홍보했다. 이후 이어진 베센트 장관과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참석한 75분간의 본협상에서도 아카자와 경제재생상은 ‘1대 3의 싸움’을 벌였다.
협상 직후 일본에선 협상의 구체적인 내용은 소개되지 않았다. 그러다 “미국은 일본을 지키고 있는데, 일본은 아무 것도 부담하지 않는다. 대일 무역적자를 ‘제로(0)’로 만들겠다”고 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등이 잇따라 알려졌고, 일본에선 2차 협상을 앞두고 농산물 수입 확대, 자동차 안전기준 완화,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개발 등 대응 카드 마련을 놓고 연일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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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센트의 예상 넘은 한국…“내 생각보다 빨라”
한국 협상단은 일본과 다른 전략을 썼다. 빠른 협상을 원하는 미국에게 전체 협상의 얼개와 시간표 등을 미리 제시하는 방식이었다.
이날 협상 테이블에선 관세·비관세 조치, 경제안보, 투자 협력, 통화(환율) 정책 등 미국이 요구해온 4개 분야로 구분한 협상 대상이 항목별로 정리돼 제시됐다. 각 분야별로 별도 실무 협의체를 구성한다는 협상 방식과 함께 90일 간의 관세 유예가 끝나는 7월 8일까지 협상을 완전히 마무리한다는 시간표까지 테이블에 함께 올리며 이를 ‘7월 패키지(July package)’라고 했다.
협상의 방식도 일본과 달랐다. 먼저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베센트 장관 및 그리어 대표와 진행하는 ‘2+2 협상’에서 총론을 공유하고, 산업부와 USTR이 계획을 구체화하는 ‘1+1 협상’이 연이어 배치됐다. 비유하면 총론에 이은 각론을 하루에 논의하는 방식이다.
미국 측에는 한국은행이 발행한 ‘한국의 주력산업과 경제발전 기념주화’를 선물했다. 기념주화엔 조선업을 상징하는 LNG 운반선과 거북선 문양이 새겨져 있다. 조선은 미국이 한국의 협력을 가장 강력하게 요청하고 있는 분야다.
협상이 끝난 뒤 베센트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협상 결과를 설명하라는 지시를 받자 “한국은 최선의 제안(A game)을 가져왔다”며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빠르게 움직일 수 있을 것”이라고 보고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이르면 다음 주 양해에 관한 합의(agreement on understanding)에 이르면서, 이르면 다음 주 기술적인 조건들(technical terms)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고도 했다.
협상단은 이날 협상을 “양국이 협의할 범위와 일정을 명확히 한 것”으로 규정하며 “미국 측이 만족을 나타냈다”고 강조했다. 일본과 달리 우려했던 ‘방위비 분담금’ 문제가 언급되지 않았다는 점도 성과로 꼽았다.
그러나 사실상 시간표만 논의한 탓에 미국이 요구할 ‘청구서’ 등 한국이 얼마만큼의 양보를 해야 하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은 없었다. 또 방위비 문제가 언급되지 않은 것을 성과로 내세웠지만 이 역시 트럼프 대통령이 협상 방식을 바꿨기 때문이란 지적도 나온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동맹국들의 무역 흑자와 군사비 지출 문제를 언급하며 “군대는 우리가 말할 또 다른 주제이며 우리는 그 어떤 협상에서도 이 주제를 다루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방위비 분담금은 무역 문제와 별도로 다루겠다는 의미다.
이는 당초 한국과의 협상이 방위비를 포함한 ‘원 스톱 쇼핑(one stop shopping)’이 될 거라고 했던 기존의 입장과는 다르다. 만약 방위비 문제가 별도로 다뤄질 경우 무역 협상에서 한국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다. 그러나 반대로 관세 문제를 해결한 이후 방위비 문제를 처음부터 다시 논의하자고 할 경우 한국엔 추가 부담 요인이 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강태화.김하나(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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