洪 "그렇게 깐족대니 尹 계엄"…韓 "90도로 아부하니 코박홍" [국민의힘 대선 경선 토론]

25일 국민의힘 대선 경선 맞수토론에서 ‘찬탄(탄핵 찬성)’ 한동훈 후보와 ‘반탄(탄핵 반대)’ 홍준표 후보가 계엄과 탄핵을 둘러싸고 치열한 설전을 벌였다. 각각 1시간 30분씩 질문 주도권을 갖고 3시간 연속 토론을 벌인 두 사람은 서로 “깐족댄다”, “품격 떨어진다”고 치받는 등 과열된 분위기를 연출했다.
한 후보는 진행자에게 미리 건넨 사전 질문 때부터 “(홍 후보가) 계엄 날 당 대표였다면 (계엄을) 막았겠느냐”는 질문을 하며 포문을 열었다. 홍 후보는 “내가 당 대표였으면 계엄도 탄핵도 일어나지 않았다. 사사건건 깐족대고 시비 거는 당 대표를 대통령이 참을 수 있었겠냐”라며 “아무리 속상해도 대통령과 협력해서 정국을 안정시키려고 했을 것”이라고 했다.
이후 한 후보가 “2년 전 (홍 후보가 대구시장 당시) 대구시청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당시) 대표를 만나 ‘김기현 (당시 국민의힘) 대표가 옹졸하다. 도와달라’는 얘기를 했는데, 이재명 대표에게 아부성 발언을 한 것이냐”고 묻자 홍 후보는 “아부가 아니라 분위기를 부드럽게 하기 위함이었다”며 “한동훈 후보는 국민 앞에서 대통령한테 깐족대고 조롱한 일 없냐”고 되물었다.
그러자 한 후보는 “깐족댄다는 말을 계속 쓰는데 무슨 뜻이냐. 다른 주변인들한테도 쓰냐”며 ‘깐족대다’는 표현을 둘러싼 두 후보의 공방이 이어졌다. 홍 후보가 계속해서 같은 표현을 쓰자 한 후보는 “후보님은 깐족거리시라. 저는 품격을 지키겠다”고 맞받기도 했다.
한 후보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홍 후보를 표현하는 멸칭인 ‘코박홍(코를 박은 홍준표)’을 거론하기도 했다. 홍 후보가 한 후보와 윤석열 전 대통령을 비교하며 “한 사람은 술을 먹고, 한 사람은 술을 안 먹는다. 또 한 사람은 의리의 사나이인데 한 사람은 배신의 아이콘이다. 윤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를 왜 배신했느냐”고 묻자 한 후보가 “시중에서는 홍 후보를 ‘코박홍’이라고 부른다. 코를 박을 정도로 90도로 아부했다는 것”이라고 받아친 것이다. 코박홍은 홍 후보가 대구시장 시절 윤 전 대통령에게 고개를 숙여 인사한 모습을 비꼬며 생겨난 말이다.
그러자 홍 후보는 “그런 걸 견강부회라고 한다. 대통령이 (대구) 서문시장 왔을 때 45도로 절한 일이 있다. 그걸 좌파 매체에서 코박홍이라고 이름을 붙인 것”이라며 “대통령한테 45도 절한 것이 아부하는 것이냐. 대통령에 대한 존경이다. 예의다”라고 반박했다.
한 후보는 홍 후보의 과거 발언을 집중 공격했다. 홍 후보를 향해 “여성 정치인에게 ‘분칠이나 하고 화장하는 최고위원을 뽑으면 안 된다’고 말했는데 나경원 의원을 특정한 거냐”고 묻자 홍 후보는 “그런 식으로 분탕 치니까 대통령이 화나서 계엄한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그러자 한 후보는 “홍 후보를 보면 ‘정치 오래 했다고 품격 생기는 것 아니구나’를 느끼며 ‘저러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한다”라고 맞섰다. 홍 후보는 “품격 맞게 행동했으면 윤석열이나 김건희가 이를 갈았겠냐. 겉으로 품격있는 척하고 뒤로 엉뚱한 짓을 하니 나라가 개판 된 거 아니냐”고 재차 되받았다.

두 사람은 ‘당원게시판 논란’을 놓고도 충돌했다. 한 후보가 국민의힘 대표 시절 본인을 포함한 가족 명의로 당원게시판에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를 비판하는 글을 익명으로 올렸다는 의혹을 홍 후보가 거론한 것이다. 홍 후보가 “한 후보의 가족이 범인인가 아닌가, 대답을 해 보라”고 하자 한 후보는 “계엄은 도망 다니면서 게시판엔 진심인 것이 참 황당하다”며 “아직도 윤 전 대통령, 김건희 여사가 성역이냐”고 했다.
그러나 홍 후보는 계속해서 물었고 한 후보가 명확한 답을 하지 않자 홍 후보는 “대답을 못하는 것 보니 가족이 맞는 모양”이라고 했다. 이에 한 후보는 “마음대로 생각하라. 익명이 보장되는 당원 게시판에 대해 확인되지 않은 내용을 묻는 홍 후보가 민주주의자인지 묻고 싶다”고 했고, 홍 후보는 “‘내 가족 아니다’, 한 마디만 하면 될 걸 가지고 말을 뱅뱅 돌리고 있다”고 했다.
각각 자유한국당과 국민의힘 대표로 선거를 이끈 경험이 있는 두 사람은 선거 패배 책임 문제를 놓고도 설전을 벌였다. 홍 후보가 최근 유튜브 방송에서 지난해 7월 전당대회 때 한 후보가 대표가 된 걸 두고 홍 후보가 “당원들이 정신 나갔네”라고 말한 걸 거론하며 사과를 요구한 게 발단이었다. 이에 홍 후보는 “(지난해 4월) 총선에서 역대급 참패한 사람을 다시 당 대표로 데리고 오니까 ‘(당원들이) 정신 나간 사람들 아닌가’ 그런 말을 했다. 당이나 나라를 망쳤잖나”라고 했고, 한 후보는 “(홍 후보는) 보수 정당 입장에서는 ‘패배의 아이콘’ 아니냐”며 “나올 때마다 졌다”고 했다.
한 후보는 홍 후보의 공약 이해도를 파고들었다. 한 후보가 “현물 ETF(상장지수펀드)를 도입해야 한다고 책에 썼는데, 설명해달라”고 하자 홍 후보는 “이병태 카이스트 교수가 하자고 해서 넣은 것이다. 내가 잘 모르는 부분은 전문가들의 의견을 참조해서 썼다”고 했다. 한 후보가 “전문가들이 대신 쓴 거냐”, “이해하고 계실 것 아니냐”라고 재차 묻자 홍 후보는 “‘너 모르고 썼지’ 이 말을 원하는 것 아닌가”라며 “잘 모르고 썼다. 오늘 한 건 했네요”라고 답했다.
홍 후보의 공격 차례에서도 비슷한 장면이 연출됐다. 홍 후보가 한 후보의 공약을 두고 “인공지능(AI)에 200조원을 투자하면 1년에 50조원을 투자하겠다는 것이냐. 우리나라 1년 예산이 얼마 정도냐”고 묻자 한 후보가 “350조?”라고 답한 것이다. 홍 후보가 “600조”라고 정정하자 한 후보는 “600조로 알고 있다”고 번복했다. 올해 정부 예산은 673조3000억원이다.
시종일관 인신공격성 발언까지 해가며 치열한 토론을 벌이던 두 사람은 토론 말미엔 훈훈한 분위기로 끝을 맺었다. 서로 “마지막에 웃으면서 끝내면 좋지 않느냐”거나 “마지막에는 화기애애하게 끝내자”는 말을 주고받았다.
국민의힘은 26일 마지막 토론인 4인 후보자 토론회를 연 뒤 27~28일 당원 선거인단 투표(50%)와 국민 여론조사(50%)를 반영해 29일에 2차 경선 결과를 발표한다. 만약 과반 득표자가 없을 다음달 3일 최종 2인이 결선을 한다.
장서윤([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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