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자흐 일부 도시, 2차 대전 참전 소련병사 추모행진 금지"
알마티 등서 '불멸의 연대' 행진 금지…일부 시민들 반발 움직임도
알마티 등서 '불멸의 연대' 행진 금지…일부 시민들 반발 움직임도
(서울=연합뉴스) 유창엽 기자 = 옛 소련 구성국이었던 중앙아시아 카자흐스탄 내 일부 도시들이 2차 대전 참전 소련군 병사를 기리는 친러시아 성향의 시민 행사인 '불멸의 연대'(Immortal Regiment) 행진을 금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28일 폴란드 매체 'TVP'에 따르면 현지 매체 '나스토야셰 브레먀'는 카자흐스탄 남부에 위치한 최대 도시 알마티와 북동부 파블로다르, 북부 페트로파블 당국은 불멸의 연대 행진을 금지했다고 전날 보도했다.
파블로다르와 페트로파블은 150여개 민족으로 이뤄진 카자흐스탄에서 최다인 카자흐족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러시아인 거주자가 우세한 지역으로, 당국은 행진 대신에 온라인 행사를 권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 시 당국은 불멸의 연대 행진을 진행하면 불법 집회로 간주해 참가자를 체포하거나 벌금을 부과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불멸의 연대는 러시아에서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조직한 것으로, '위대한 애국 전쟁'(1941∼1945년)으로 알려진 2차 대전 기간에 소련군으로 복무한 이들을 기리는 행사로 치러져왔다. 애초에는 전몰자 추모 행사로 열렸으나 시간이 흐르면서 생존 병사들도 기리게 됐다.
최근 들어 러시아 정부는 애국자 단결의 상징으로 불멸의 연대를 점차 중요시해왔다. 일각에선 불멸의 연대가 정치적으로 이용된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불멸의 연대 행진은 전승절(5월 9일) 이전에 실시된다. 전승절은 1945년 나치 독일에 대한 옛 소련의 승리를 기념하는 날로 러시아와 옛 소련 구성국들 일부에서 공휴일로 지정돼 군사 행진 등 기념행사가 열린다.
카자흐스탄 일부 도시에서 불멸의 연대 행진 금지 조치에 대한 반발 움직임도 나왔다.
알마티 내 시민 활동가들은 카심-조마르트 토카예프 대통령에게 불멸의 연대 행진을 허용해달라고 호소하는 한편, 일부 시 관리들이 "반(反)소련적"이라면서 시 당국의 공식 승인 없이 행진을 강행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았다.
또 페트로파블에선 일부 시민들이 불멸의 연대 행진 참가자들을 모집하면서 러시아 돈 루블을 제공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카자흐스탄 수도 아스타나에선 불멸의 연대 행진이 일절 계획돼 있지 않고, 당국은 내달 7일 군사 행진을 포함한 2차 대전 종전 80주년 기념 공식 행사를 준비 중이다.
카자흐스탄 정부 통계에 따르면 국내에 생존 중인 2차 대선 참전 소련군 병사가 약 120명 있고 이들 가운데 최연소자는 96세다.
토카예프 대통령은 내달 9일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주재로 열리는 전승절 행사에 참가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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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창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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